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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ET시론]첨단로봇·제조 전략기술과 AI 디지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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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4차 산업혁명과 첨단로봇·제조 국가전략기술

우리는 현재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산업혁명은 기계, 산업, 정보 세 차례를 거쳐 지능화로 이어지면서 산업혁명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혁명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국가시스템, 산업, 사회, 국민 삶의 질의 범위와 영향력도 증가시킨다. 또 AI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의 파도는 새로운 디지털 융합 시대가 도래함을 의미하고 초성능, 초지능, 초연결, 초실감 등 정보통신기술(ICT) 핵심동력으로 무장해야 함을 일깨운다. 특히 AI와 로봇의 융합은 4차 산업혁명의 큰 축이 되고 있다.

필자의 연구원도 이런 새로운 변화와 혁신에 맞서 ICT 핵심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융합을 12대 국가전략기술에 맞춰 선도하고 있다. 특히 고령사회의 도래, 인구감소, 생산성 저하, 국방위협, 안전사고, 자연재해 등을 국가전략기술로 해결하고자 노력 중이다.

정부는 2022년 말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첨단로봇·제조 기술을 선정했다. 첨단로봇·제조 분야는 국가전략기술 필수기반 기술 중 하나고 로봇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3대 로봇강국 실현이 궁극적 목표다.

첨단로봇은 크게 서비스 로봇과 산업형 로봇으로 구분할 수 있고 산업형 로봇은 첨단제조와 밀접하다. 첨단제조 기술은 하드 파워 기술로 산업형 로봇을 발전시키고 있고 이에 더해 소프트 파워 측면에서 산업용 메타버스를 도입해 스마트 제조 기술을 이루고 있다.

본 글에서는 서비스 및 제조에 활용되는 지능형 로봇과 스마트 제조 핵심 축인 AI자율로봇과 산업용 메타버스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고령화 시대 인간과 공존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1960년대 초 최초의 산업용 로봇이 등장한 이후 2000년대 서비스 로봇, 2010년대 AI로봇으로 발전하면서 로봇 기술 및 적용 분야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초기 산업용 로봇은 고정된 작업만 수행하는 특수목적 로봇이었지만, 2000년대 환경 및 상황변화에 대응하는 지능이 탑재된 서비스 로봇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딥러닝 등 AI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 지능이 고도화되면서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됐다. 최근에는 로봇에 거대 AI 모델 기술 융합을 통해 추론 능력과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인간과 공존해 가며 다양한 역할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앞으로 로봇 기술 발전과 시장 성장을 이끄는 중심에 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제조, 물류, 가사 등 다양한 분야 활용을 목표로 하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활발하다.

미국 테슬라는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보행, 다섯 손가락을 사용해 물체 조작이 가능한 '옵티머스'를 개발했다. 중국 유니트리는 1초에 3.3m를 달리고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H1'을 개발했으며, 미국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2족 보행을 하면서 물품 박스를 선반에서 컨베이어로 운반하는 '디짓'을 개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범용 활용성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은 특정 기능·작업 시연 수준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또 다른 주요 연구 방향은 챗GPT와 같은 거대 AI 기술과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융합이다. 미국 피규어 AI와 엔비디아의 휴머노이드가 눈에 띈다.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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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정밀화와 약 일반화 요구 만족으로 진화

세계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은 제조 현장에서 활용되는 로봇으로 정의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산업용 로봇은 약 400만대가 전 세계에 설치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공장 자동화 목적의 지능이 없는 로봇이다.

대한민국은 연간 교역량이 세계 10위권인 글로벌 제조 5강이다. 우리나라 공장 로봇 밀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2023년 기준 노동자 1만명당 1012대 로봇이 동작 중이다. 글로벌 제조 강국인 독일의 2.5배 수준으로 세계에서 독보적인 1위다.

지금까지 산업용 로봇은 우리 제조 현장에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양상이 다를 것 같다. 자동화 로봇은 처음에 준비할 것들이 많다.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제조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셋업이 필요해질 것이다. 이는 자동화 로봇 한계를 넘어 지능화 로봇이 필요한 대목이다.

향후 산업용 로봇 기술 발전은 최근 급격하게 발전하는 초거대 AI 모델 기반 로봇 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이런 방향으로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를 시작했다. 구글 딥마인드와 테슬라, 오픈AI는 로봇에 GPT를 적용해 충격을 준다. 지능형 로봇 기술 개발에는 엄청난 데이터와 AI 컴퓨팅 파워, 그리고 상당한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산업용 로봇 경쟁력을 위해선 이제 우리의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런 준비를 기반으로 AI기술을 어떻게 현장의 목적에 맞게 융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산업용 로봇은 서비스 로봇과 달리 훨씬 높은 수준의 정밀도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로봇의 감각 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이미지, 음성, 언어 수준에서 로봇의 정밀 작업에 필요한 촉각, 힘, 자기장 등 다양한 센싱 데이터 확대가 필요하다. 다음은 극강의 일반화 성능을 가진 초거대 AI기술의 로봇 지능화다. 여기에는 새로운 AI 아키텍처부터 파인튜닝, 데이터 증강, 그리고 온디바이스 AI 등 다양한 도전적 기술 이슈가 존재한다. 연구진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AI자율공장으로 발전 중인 산업용 메타버스

산업용 로봇의 지능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동시에 제조 현장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모사하고 그 공간에서 다양한 모의실험을 통해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산업용 메타버스 수요도 커지고 있다.

현실 세계의 신뢰성 있는 데이터가 가상 세계에 모이면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뮬레이션 또는 분석, 예측을 통해 현실 세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현실 세계를 정밀하게 모사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술이다. 시뮬레이션 결과가 현실 세계와 차이가 크다면 이 안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확하지 못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야기시켜 현실 세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때문에 실·가상이 연결된 디지털 트윈 기반 정밀한 시뮬레이션 기술은 산업용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즉, 디지털 트윈 기술은 메타버스 환경을 더욱 현실적으로 구현하게 해주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디지털트윈, 산업용 메타버스는 초지능, 초연결, 초실감 기술과 융합되면서 '자율화' '대규모화' '고정밀화'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엔비디아나 지멘스의 '가상공장'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디지털 트윈 간 확장성 한계, 가상에서의 자율적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서비스 특화 플랫폼개발 선도전략이 필요

기술 선진국에서는 거대자본을 투입해 생성형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은 생성형 AI의 일부 기능을 활용해 수행임무 절차를 자동생성하고 그 임무에 대한 설명이 가능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로봇이 실제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로봇 플랫폼 특화의 파운데이션 모델개발이 시급하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유창하게 외국어로 설명하고 요약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로봇은 액추에이터를 이용해 사람의 움직임과 유사한 행동을 하고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수준의 정확하고 빠른 행동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따라서 로봇 하드웨어는 로봇의 뇌 역할을 하는 핵심 요소로서 필수적이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가 걷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물건을 집다가 놓치면 재시도 하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로봇지능 개발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는 서빙 로봇과 산업용 로봇시장에서 외산 제품에 크게 의존하는 아픈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대규모 자본기반 제품의 양산은 서비스의 결정으로 빠르게 보급 가능한 수준의 가격하락을 이끌었다.

한편, 여전히 국내 휴머노이드 개발은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국내는 우수한 ICT 인프라를 기반해 서비스 특화 로봇산업을 위해 하향식 기술 역량을 결집해야 할 시기다. 정부 주도의 서비스 특화의 최소기능검증(MVP:Minimum Viable Product) 개발을 중심으로 연관 산학연이 협력해 시너지를 위한 하향식 전략이 요구된다.

MVP의 첫 시도에는 국산 AI반도체를 입은 극한작업 수행의 휴머노이드 로봇개발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미 한 발 뒤처진 거대 자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도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scbang@etri.re.kr

〈필자〉 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전자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ETRI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해 무선전송연구부장, 미래기술연구본부장, 통신미디어연구소장 등을 역임하고 2022년 말 원장에 취임했다. 그동안 디지털신호처리, 이동통신 등 분야에서 다수의 SCI급 논문을 발표하고 1400건 가까운 국내외 특허 출원, 700건이 넘는 특허 등록 실적을 거뒀다. 2006년에는 국무총리표창, 2014년에는 한국공학상, 2021년에는 해동기술대상을 받았다. 한국통신학회와 한국전자파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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