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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8 (목)

“우린 환상의 짝꿍”… 1살 경찰견과 전국 유일 여성 체취증거견 핸들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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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 실종자를 한시간여 만에 찾은 1살 울산 체취증거견(이하 경찰견)과 전국 유일 여성 경찰관 핸들러의 ‘조합’이 화제다. 매일같이 각종 투입상황을 예상해 훈련하면서 ‘환상의 짝꿍’으로 실력을 뽐내면서다.

주인공은 벨지안 셰퍼트 말리노이즈 수컷인 ‘칼’(1살 5개월)과 울산경찰청 과학수사계 핸들러 김은정(42) 경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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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김은정 경사. 이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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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견(犬)경(警) 짝꿍은 각각 험난한 테스트를 통과한 후 지난해 12월 처음 만났다. 수의사는 칼의 치아상태, 청각, 시각, 후각, 피부병 같은 질병 유무, 신체적 균형, 근골격, 털색 등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진단했다. 심지어 걷는 모습과 행동 민첩성, 대인친화력, 호기심, 집중력, 소유욕, 소음 등 적응력까지 심사 항목이었다. 칼은 신체적 자극이나 트라우마를 스스로 잘 회복할 수 있는지까지 검사받은 뒤, 8마리의 경찰견 후보를 모두 물리치고 경찰견 이름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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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김은정 경사는 실전 같은 훈련을 매일하고 있다. 칼이 울산경찰청 인근 야산에서 훈련을 하는 모습. 울산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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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경찰견 핸들러 29명 중 유일한 여성인 김 경사 역시 만만치 않다. 경찰견 핸들러가 주로 남성인 건 전국에 출장을 다니고, 산악수색과 같은 험지를 다니는 등 많은 체력을 요해서다. 체력검사 1등급이 아니면 핸들러가 될 수 없다. 김 경사는 “2010년 임관한 이후부터 핸들러가 되기 위해 반려견훈련사 자격증을 따고, 등산 같은 고강도 운동으로 체력키워 준비했고, 계속 기회를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난 칼과 김 경사는 운동장이나 산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실전을 예상한 훈련을 매일같이 했다. 시신 냄새가 나는 시료를 옷이나 마네킹 등에 묻힌 뒤 울산경찰청 인근 야산에 묻거나 숨겨둔 뒤, 칼이 찾아내도록 하는 식이다. 갑자기 호루라기를 불거나, 스텐 재질 밥그릇을 떨어뜨리는 등 소음 적응 훈련까지 꾸준히 했다. 지난 4월엔 실제 시신을 찾는 현장에 한차례 투입되면서 실전 감각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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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은 건물이 무너진 상황 등을 재현한 실전같은 환경에서 훈련한다. 울산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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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이들 견경 짝꿍의 실력을 전국에 알리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0일 오후 9시44분 울산 울주군 백운산 중턱. 인근 주택에 살고 있던 80대 치매환자 A씨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A씨의 남편이 잠든 사이 일어난 일이었다. 경찰관들이 집 근처를 샅샅이 뒤졌지만, 어두운 밤 산에서 A씨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울산경찰청은 다음날 21일 오전 8시 ‘칼’과 핸들러 김 경사를 백운산 일대에 투입했다. 1시간30분 뒤, A씨의 집에서 300m 떨어진 백운산 중턱 계곡 풀숲에서 ‘컹컹’하고 칼이 우렁차게 짖었다. 실전같은 훈련이 빛 발하는 순간이었다. 김 경사는 A씨를 찾은 것을 직감하고 칼에게로 달려갔다. A씨는 계곡 옆 커다란 나무와 바위 사이에서 낙엽을 모아 끌어안은 채 공포에 떨고 있었다. A씨의 가족은 “칼과 김 경사 덕분에 빨리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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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김 경사는 훈련 시간 외엔 가족처럼 지낸다고 한다. 칼이 좋아하는 공놀이를 하고, 김 경사가 특식으로 계란 노른자나 닭육포 등을 입에 넣어 주기도 한다. 김 경사는 “일하는 현장이 험하고 위험하다보니 친근하면서도 칼이 잘 복종하도록 훈련에 시간을 많이 쓴다”며 “흔치않은 경찰견과 여성 핸들러인만큼 늘 칼과 함께 현장 출동에 대비하면서 훈련해 실력을 쌓겠다”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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