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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0 (토)

[인터뷰] 이요섭 감독 "강동원·이종석 대비, '설계자' 서사와 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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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영화 '설계자' 이요섭 감독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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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다. 이요섭 감독은 아들이 사는 고시원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여자 '미경'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범죄의 여왕'(2016) 이후 8년 만에야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영화 '범죄의 여왕'은 독특한 문법과 미장센을 자랑하는 범죄 스릴러 작품이었다. 작지만 단단한 힘을 가졌던 '범죄의 여왕'은 영화 팬들을 매료시켰고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8년 만에 이 감독은 차기작 '설계자'를 내놓았다. 감독 특유의 문법 비틀기와 매력적인 캐릭터가 가득한 신작.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영화를 찍은 건데요.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답습된 건 없고 긴장만 돼요. 하하. 열심히 기사도 찾아보면서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요섭 감독의 신작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 분)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정 바오루이가 연출한 홍콩 영화 '엑시던트'를 원작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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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계자' 이요섭 감독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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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색 작업만 5년이 걸렸다. "오래 기다렸다"고 인사를 건네니 이 감독은 "원작을 정말 좋아해서 각색이 오래 걸렸다"며 멋쩍게 웃었다.

"제가 원작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원작 작가의 마음을 가지고 (대본을) 쓰면서 고민이 참 많았어요. '어떻게 하면 이걸 잘 가져올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죠. 주인공의 혼란을 다루면서 저 자체도 혼란을 같이 겪는 그런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이 감독은 원작이 가진 분위기에 푹 빠졌었다고 고백했다. 원작 '엑시던트'에는 외로움이 깃들어있고 그 외로움이 주는 무드에 매료되었다는 부연이었다.

"원작과 '설계자'의 차이는 '짝눈'(이종석 분)의 죽음이라고 생각해요. 끝까지 오는 상황에서 상대방에 대한 캐릭터를 보았을 때 오는 허무함이나 외로움이 있었어요. '나도 평범한 사람처럼 갈 수 있었을 텐데' 그 고민의 순간들이 장르적이기도 하면서 외롭고 쓸쓸하다는 인상을 받았죠. '아, 이 작품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원작을 정말 사랑했지만 "그대로 옮겨 올 수는 없었"다. 이 감독은 원작을 톺아보고 현대로 옮겨오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다르게 가야겠다'기 보다는 '요즘 세상이 어떻지?' 생각하게 됐어요. 사고사를 조작한다는 건 어떤 일일까? 사고부터 고민해 보게 됐죠. 전체적인 아이러니는 우연이 발생하는 지점들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원작에는 없는 도청 설정을 담은 건 '영일'이라는 인물이 보는 정보와 인물의 편파적 이미지에서 오는 순간 그 오해에 대한 걸 담기 위해서였어요.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우연과 오해들에 포커스를 맞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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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계자' 이요섭 감독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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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 역을 연기한 강동원은 이 감독이 원하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였다. 그가 가진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영화 전체의 무드를 쌓아나갔다.

"강동원 배우는 제 입장에서는 굉장한 스타지만 특이한 지점들을 가지고 계세요. 어두운 인물을 연기할 때 굉장히 매력적이거든요. '엑시던트'가 여타 범죄 스릴러물과 다른 건 윤리적인 갈등을 겪지 않아요. '내가 왜 선인이 되지 못했을까?' 그런 고민과 고뇌를 하는 작품은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이 윤리적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연민이 느껴지도록 만들어야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강동원 배우가 필요했죠. '형사' 때와 같은 얼굴 있잖아요. 말하지 않더라도 이유가 있을 것 같은, 많은 걸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요. 그래서 꼭 강동원 배우와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톱스타' 강동원과의 협업은 늘 반전이었다. 이 감독은 "거리감이 생길 수 있는 위치였지만 생각보다 소탈해서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며 웃었다.

"'아, 너무 먼 사람이겠지' 막연히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촬영하면서 '함께 작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진지하게, 열심히 임해주시더라고요. 작품과 역할에 관해 고민이 많으시고 철저하게 설계해 오시곤 했어요. '이 사건이 이렇게 발생하는 게 맞나요?' '이렇게 세팅하면 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이디어도 많이 주시고 질문도 많이 하셨어요. 그럴 때마다 공대생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하. 촬영을 다 마치고 난 뒤에 '생각보다 정말 수더분하고 인간적인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렇게 잘생겼는데 소탈하기까지 하다니. 짜증 나요!"

강동원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설계자'로서 임하는 모습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 있었다. '영일'의 집에 대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앞서 강동원은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영일'의 집을 처음 가보고 '캐릭터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소시오패스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이 '짝눈'이 죽었다고 폐인처럼 지낸다고 생각지 않았다"고 밝혔던바. 이 감독에게 해당 사건에 관해 묻자 "오해에서 불거진 것"이라며 웃었다.

"처음 강동원 배우가 현장에 와서 했던 말이 '이건 내 방이 아닌데?'였어요. 그 말이 인상 깊어서 기억이 나요. 사실 저도 처음 '영일'의 집에 가서 당황했었거든요. '어? 이런 분위기가 아닌데.' 미술 감독님께 여쭤보니 '과거 설정에서부터 하나씩 빼 나가는 거라서 완성된 게 아니다. 생활감을 살리기 위함이었고 여기에서부터 하나씩 소품을 빼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강동원 배우가 집안을 둘러보며 '저건 안 쓸 거 같아' '이건 영일이 물건이 아니야' 하면서 직접 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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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 이요섭 감독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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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서 인상 깊었던 건 '재키' 역의 이미숙이었다. 이 감독이 전작에서 '미경' 역으로 배우 박지영을 캐스팅했던 것처럼 이미숙의 활용법 또한 신선한 재미를 주었다.

"제가 중년 배우들과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그분들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엄청 상냥하고 편하게 대해주세요. '미경'과 마찬가지로 '재키' 역시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인물이라서 스스로 멋을 잃지 않기를 바랐어요. 그게 외모로도 드러났으면 했죠. '중년 여성'으로 대체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외형에 대해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어요. 그랬을 때 '재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누굴까? 이미숙 선배님밖에 없더라고요."

'짝눈'에 관한 궁금증도 많았다. 혼란의 시작점이자 극 중 인물들의 균열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 이요섭 감독은 "'짝눈' 캐릭터가 가장 고민했었다"고 말했다.

"캐스팅할 때 진짜 고민이 많았어요. '어떤 이미지가 좋을까?' 영일과 반대되는 캐릭터였으면 바랐거든요. '영일'이 아빠 같은 존재면, '짝눈'은 엄마 같은 존재기를 바랐죠. 제작사에서 이종석 배우에게 출연을 제안하겠다고 해서 '해줄까' 싶었는데. 아주 운 좋게 이종석 배우까지 합류하게 됐어요."

그는 이종석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첫 질문이 '청소부가 있는 거죠?'였다"고 일화를 밝혔다.

"대답을 해드렸더니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준비할게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주 명쾌한 태도였어요. 짧은 순간이지만 집중력도 좋은 배우였어요. 촬영하면서 인상 깊은 순간이 있었는데요. 이종석 배우가 감정이 과잉되어 눈물이 흐르는 신이었거든요. '컷'하자마자 뛰어오셔서 모니터링하는데 눈물이 막 흐르고 있는 거예요. 제가 물끄러미 보고 있는데 (이종석은) 아무렇지 않게 '전 이게 제일 깔끔한 거 같아요. 이 연기가 마음에 들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울면서(웃음). 속으로 '이 사람 뭐지' 생각했어요. 명확하게 짚어주시고 진지하게 임해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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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 이요섭 감독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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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미남'(강동원 분)과 '백미남'(이종석 분)의 투샷에 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범죄의 여왕'이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빨간 옷을 입은 여자의 이미지를 통해 색 대비를 주었다면, '설계자'는 흑과 백을 통해 명암 대비로 이미지들을 강조했다.

"'설계자'가 이야기의 끝으로 갈수록 환해진다고 할까요? 빛이 산란하다가 환한 빛으로 마무리되고, 환할수록 '영일'이 보는 실상이 보인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명암 대비를 극렬하게 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밤'에서 '낮'으로 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그걸 전체적 기조로 삼고 프로덕션을 갔어요.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을 찍고 싶었거든요. 서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 속 흔들리는 눈빛 같은 걸 이미지로 담아보고 싶었어요."

아주경제=최송희 기자 alfie3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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