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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9 (금)

"수학 정답, 다수결 아니다"…KDI원장 포퓰리즘 좇는 정책결정 방식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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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철 원장, '더플랫폼'자유시장경제 기조연설
자유시장경제체제 보호 위해선 전문가 역할 중요


파이낸셜뉴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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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수학문제의 정답을 다수결로 정할 수는 없지 않느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전 국민 온라인 국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겠느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 원장이 13일 이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포퓰리즘을 좇는 정책결정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오피니언 리더들의 모임인 '더플랫폼'의 자유시장경제 특별세미나에서 '오늘날 우리나라의 자유 시장경제'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서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의 최근 70~80년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경제자유화 다시 말해 자유 시장경제와 민주화는 상호간에 시너지를 내면서 발전해 왔다고 평가했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는 중요한 공통 분모가 있다고 했다. 소수 권력자가 아닌 다수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익명의 유권자 선택에 기초하듯, 시장경제는 익명의 소비자 선택에 기반을 둔다는 것도 같다고 했다.

다만 조 원장은 두 제도는 오늘날 공공정책을 논의함에 있어서 갈등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원장은 "한편에서는 다수가 원하는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주장을 펴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그러한 정책들이 '포퓰리즘', 다시 말해 다수가 원하는 공공정책이 그 다수의 이익을 향상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고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이와관련 조 원장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실례로 들었다. 조 원장은 "수십 년에 걸친 경제학계의 연구는 통화정책이 대중의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는지 생생하게 입증해 왔다"고 말했다. 또 "아무리 다수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해도, 수학 문제의 정답을 다수결로 결정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도 제시했다. 조 원장은 "2003년부터 2015년까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으며 추진된 연금 2배 인상 등의 선심성 정책이 결국 아르헨티나의 재정과 경제를 파탄으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대한 과잉기대 분위기도 걱정했다. 조 원장은 "우리 사회의 모든 불행을 막을 책임이 정부에 있는 듯하다"고 했다. 이상 기후로 급등한 신선식품 가격의 정부 책임론을 지켜보면서, 흉년이 들면 왕을 처형했었다는 고대문명이 연상되기도 했다는 멘트도 했다.

조 원장은 이른바 '개발연대'에 권위주의 정부가 세세한 산업정책, 외환통제 등 과도한 시장개입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역동성 회복이 당면 과제인 현재는 '권위주의 시대의 회귀가 정답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조 원장은 "정부가 어떤 종류의 반도체를 생산할지, 어떤 주식의 수익률이 더 좋을지, 이러한 판단을 해당 분야 전문가보다 정부가 더 잘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한참 지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적 정부의 통제로부터 개인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정치 민주화를 이뤘다는 자긍심의 한구석에, 나의 불행이나 불안을 대신 책임져 줄 강력한 정부가 있기를 바라는 모순된 기대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이러한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규제 강화로 이어졌다고 꼬집기도 했다.

조원장은 결론적으로 "다수가 원하는 공공정책이 그들의 이익을 반드시 보장하지는 않으므로 포퓰리즘으로부터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보호하려면 지식인,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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