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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5 (목)

‘벚꽃동산’은 예쁘고, 전도연은 미쳤다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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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벚꽃동산’ 전도연. 사진ㅣ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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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벚꽃동산’은 예쁘고, 전도연은 미쳤다

※ 이 기사에는 ‘벚꽃동산’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재벌집 고명딸로 16살 생일에 선물 받은 벚꽃동산의 대저택이 넘어갈 위기에 처했지만 “돈 얘기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회피하는 송도영(전도연, 류바)은 다른 이들이 세월을 정통으로 맞아 늙어가도 “난 이렇게 잘 비켜갔는데?”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온 가족이 보는 앞에서 딸의 남자친구에게 입을 맞추고는 갑자기 “순간적 감정에 빠졌다”고 뻔뻔하게 말할 정도로 순수하고 아름답다.

지난 4일부터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공연하는 연극 ‘벚꽃동산’은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유작으로,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안톤 체호프의 고전을 재해석해 농노해방이 일어난 1861년 이후 러시아 혁명시기를 배경으로 삼은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해냈다.

전도연이 맡은 송도영 캐릭터는 원작의 여주인공 류바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캐릭터로, 10여 년 전 아들을 잃고 미국으로 떠났다 한국에 돌아온다. 송도영의 가족은 이미 가세가 기운 집에서 현실을 부정하며 하루하루 더 몰락해간다. 송도영의 집에서 운전기사를 했던 아버지를 둔 신흥 사업가 황두식(박해수, 로파힌)과 전도연의 입양딸 강현숙(최희서, 바랴)만이 이들의 몰락을 막으려고 노력하지만 가세는 모래성처럼 무너저내린다. 결국 과거의 유산이 돼버린 대저택은 무너지고만다.

이렇게 극이 파국으로 치달아가는동안에도 송도영의 오빠인 송재영(손상규, 가예프)은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지 않고 창고에서 찾아낸 오래된 레코드에 말을 걸고, 사촌 김영호(유병훈, 피르스)는 돈을 빌리러 와서는 뻔뻔하게 자기 집 안방에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죽은 아들 해준의 선생이었던 변동림(남윤호, 트로피모프)은 재벌집 한복판에서 ‘재벌해체’를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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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동산’ 스틸컷. 사진ㅣ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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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현재의 이야기를 다루는데도, 놀랍게도 동시에 나랑 전혀 상관없는 ‘남 이야기’처럼 보이는 ‘벚꽃동산’의 희극이기도 하면서 비극이기도 한 인생 이야기에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건 단연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송도영 역의 전도연은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27년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연극 무대와 동화된 모습을 보이며 ‘전도연이 전도연 했다’고 스스로의 미친 존재감을 입증한다. 전도연이기에 터무니없는 행동을 해도 절대 미워보이지 않아야 하는 사랑스러움 그 자체인 송도영을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매체 연기를 위주로 해왔기에 무대 연기에 대한 우려도 있을 수 있겠지만, 무대 위에서도 전도연 고유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어 놀랍다.

박해수는 그간 ‘파우스트’ 등 굵직한 연극에 출연해오면서 쌓아온 무대 경력을 통해 아주 안정감 있는 모습을 선보인다. 최희서는 모친 송도영을 비롯해 박해수 등과 아주 놀라운 호흡을 선보인다. 독백신도 훌륭하다. 등장인물이 많지만, 모든 캐릭터들은 누구하나 튀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돼 완벽한 하나의 무대를 완성해낸다.

미장센은 아름답다. 건축가 사울킴이 디자인한 무대 위 저택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면 통유리로 구성된 저택은 송도영 가족의 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관객들의 관음을 자극한다. 게단으로 구성된 지붕을 오르내리는 배우들을 통해 계급과 불안정함을 그려낸다. 또 하늘에서 내리는 검은 눈은 몽환적이면서도 묘하다. 3막과 4막에 전환에서 등장하는 이삿짐 센터 등 연출 역시 신선하다.

공연시간 130분(인터미션 15분). 중학생 이상 관람가. 오는 7월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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