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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4 (일)

[양승훈의 테크와 손끝]영일만 8광구, 정치와 산업 관점에서 좀 더 살펴볼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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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6월 3일 아침 9시 대통령의 브리핑으로 전국이 들썩였다. "영일만에 석유와 가스가 최소 35~140억 배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공표 때문이었다. 유전 개발은 에너지 산업의 업스트림이라고도 불리는데 물리 탐사, 탐사 시추, 개발의 3단계를 거친다. 현 단계는 첫 단추인 물리 탐사를 마친 상태다. 초기에는 의회를 중심으로 정치적 논쟁이 일었다.

물리 탐사를 맡았던 액트 지오사에 대한 공신력 논쟁으로 회사 규모가 적정한지, 대표 아브레우 박사가 진짜 전문가인지, 세금 체납 회사를 왜 선정했는지, 2010년대 초반의 '자원외교 스캔들'이 되는 건 아닌지. 정치적 논쟁이 잠잠해지자 다시 탐사 확률 20%(최대)일 때 하는 게 맞는지, 경제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경제성에 대한 논쟁이 진행되는 중이다.

한 편으로 정치적 논쟁은 현재의 대결적 정치적 구도에서 발생한 '신뢰 부족'에서 출발할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산업 차원의 논쟁은 박정희 정권 시절의 '영일만 석유 발견' 해프닝이나, '영일만 7광구'에 대한 이야기 정도를 제외하면 업스트림 사업에 대해서 관련 업계 전문가나 학계의 연구자가 아니면 잘 모르기 때문에 당분간은 늘 하던 대로 '온 국민이 전문가'가 될 때까지 많은 정보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사업의 절차에 대한 의혹을 제대로 풀려면, 한번 더 물리 탐사 내용의 데이터 분석을 국제적 입찰을 통해 해소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다. 그럼에도 현 단계까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심해 유전 개발을 연구해 온 석유공사를 믿어보는 게 우선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믿지 않으면 앞으로도 에너지 사업 자체가 정쟁의 땔감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앞으로를 위한 정치적 논쟁과 경제적, 산업적 차원의 쟁점을 한 번 점검해 볼 필요는 있겠다. 우선 정치적 차원에서 필요한 논의는 '석유 가스 대박'이냐 '자원 스캔들' 여부가 아니다. 시추 금액 5000억원은 656조 예산을 굴리는 나라에서 사실 치명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그린 전환이 기후변화협정과 RE100 등의 국제적 표준으로 구체화 되는 상황에서 해양의 '탄화수소'를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냐는 논쟁이 절실하다.

재생에너지(+ 다소간의 SMR 등 원자력)으로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석유와 천연가스의 발견은 무슨 의미인가? 석유와 천연가스를 발견하면 그걸 캐서 연료나 전력 생산을 위해 쓸 것인가? 이렇게 판단한다면 탄소 배출로 대표되는 글로벌 기후 위기 극복의 노력이 요청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에너지 외교의 '핵심 논리'는 무엇이 될 것인가? 국가 전략자산으로서의 '에너지 비축'인 것인가? 연료나 전력 생산을 위해 쓰지 않는다면 생산하게 될 석유와 천연가스를 석유화학산업의 재료로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논의들을 거친 다음에 경제적 가치에 대한 논쟁을 따지는 것이 합당하다.

산업적 차원에서도 검토해 볼 쟁점이 있다. 이제 업스트림의 시추 단계에서 시추 작업은 미국의 시드릴(Seadrill) 사가 맡는다고 한다. 시추 단가가 1회에 1000억원이 넘는 것은 심해의 경우 가장 고도의 시추 장비 중 하나인 드릴십(drillship)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추 업체는 석유공사가 발주를 냈다. 시드릴 사는 2017년 인도해야 할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2척(10억달러 규모)을 인도 포기한 '전력'이 있다. 삼성중공업은 2022년에야 이 드릴십을 척당 1100억원 규모로 '헐값 매각'할 수 있었다.

물론 시드릴 사가 저유가 상황에서 파산 위기까지 갔던 것은 사실이지만, 조선3사가 드릴십을 포함한 해양플랜트 인도 지연과 인도 포기로 근 10년간의 구조조정을 겪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방식으로 발주를 내도 되는지에 대해선 판단의 여지가 있다. 한화오션은 얼마전 '한화드릴링'이라는 상표를 내고 해양 시추 분야에 도전하겠다고 했는데, 마찬가지로 한화오션 역시 4척의 드릴십 재고를 보유하다가 2023년에야 3척을 매각할 수 있었다.

한화드릴링은 한 척 남은 드릴십을 활용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조선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잘 기억하고 있으며, '국내 산업 육성'을 목표로 산업정책을 펼치는 산업부가 주관하는 산업이라면 기왕 시추를 하기로 결심한다면 한국의 시추업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 또한 모색했어야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매번 조선소의 EPC(설계, 구매, 건조) 역량 중 기본설계(FEED: Front and End Engineering Design) 경험 부족이 지적되는데, 조선소 배관·프로세스 엔지니어들 관점에서 실제 시추를 위한 공정설계 경험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여전히 영일만 8광구의 시추 단계는 시작하지 않았다. 단순히 하냐 마냐보다 더 중요한 논점들은 많다. 일은 일대로 되게 하면서 정치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좋은 선택들이 누적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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