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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노후 반도체 장비 팔고 싶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창고 임대료 부담에 매각 재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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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중국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왼쪽)과 중국 충칭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삼성전자·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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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천억원 가치의 미국·유럽산 노후 반도체 장비 매각에 다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본격화한 뒤로 1년 반 동안 낡은 장비를 창고에 쌓아두기만 했는데, 연간 200억원이 넘는 임대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 반도체 기업에 자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한 2022년 10월 이후,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제조가 쉬운 노후 후공정 장비만 처분하고, 웨이퍼에 반도체를 찍어내는 전공정 장비는 일절 매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네덜란드 ASML 스캐너 등 유럽과 미국산 전공정 중고 장비를 팔지 않아 왔습니다. 유럽·미국산 전공정 중고 장비는 전체 노후 장비 가치의 60~70%에 달한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노후 장비 매각을 주저해 온 건 미국의 눈밖에 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그간 미국은 한국이 대중 규제에 구멍이 될 수 있다며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압박해 왔습니다. 노후 장비들이 모두 직접적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자칫 두 회사가 쓰던 장비가 미국이 주시하는 중국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면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 쑤저우에 패키징(후공정) 공장을 운영 중입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다롄에 낸드플래시, 충칭에 패키징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제조 장비를 계속 업그레이드해야 제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데, 미국에 밉보여 중국 공장에 미국·유럽산 장비를 들여오지 못할 경우 팹 정상 가동이 어려워집니다. 또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받는 반도체 투자 보조금 문제도 걸려있어 더 조심스러웠다는 전언입니다.

문제는 두 기업 모두 노후 장비를 그대로 두고만 있기에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에선 경기도 일대에 창고를 임대해 노후 장비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창고 임대료만 매달 수십억씩 나가는데 이마저도 더 보관할 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장비를 자체적으로 재활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데다 수천억에 이르는 장비를 제값에 처분하지 못한 채 창고에 넣어두고 있으니 회사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구입처 정체가 확실한 경우에만 규제에 맞게 중고 장비를 판다는 원칙을 세우고, 전보다는 유연하게 거래 재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안에서도 이제는 노후 장비를 팔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일본 키옥시아, 미국 인텔·마이크론 등 해외 반도체 기업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달리 전공정 노후 장비를 전 세계 기업에 팔고 있습니다. 미 수출 규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노후 장비를 매각해 실익을 챙기고 있는 것입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미국의 눈치를 보는 건 불가피하지만, 글로벌 기준에 맞춰 유연한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진 이유입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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