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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4 (일)

자영업자 금융 지원 근본적으로 바꿔야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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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9일 서울 시내 한 폐업 상점에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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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 상황이 심상치 않다. 개인사업자 중 지난 3월 말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상환 위험 차주'의 대출 규모는 31조3,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3.4% 급증했다. 더욱이 추가 대출 여력이 없는 다중채무 개인사업자가 전체 개인사업자의 절반을 넘어 연체 대출 규모는 향후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자영업자를 위한 금융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2022년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전체 취업자 수의 23.5%로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7위이며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대비 두 배 이상 높다. 따라서 자영업자의 위기는 간과할 수 없는 경제의 위험 요인이다. 자영업자들의 소득 감소나 폐업으로 인한 실업률 상승은 경기 침체를 심화시키고 이들의 채무불이행이 늘어나 금융기관의 부실이 확대되면 금융 불안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일시적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 무엇보다 자영업자의 부채를 감면하거나 탕감하는 정책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실히 빚을 갚는 차주들을 차별할 뿐만 아니라 부채 탕감을 기대해 애초에 빚을 성실히 갚아나갈 의지를 약화시키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 대출 만기 연장이나 원리금 상환 유예, 이자 감면 역시 모든 자영업자에게 일괄 적용하기보다는 성장성이 높지만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 대해 선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경쟁력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은 연명을 돕는 것에 불과하다.

일부 자영업자에겐 금융보다 비금융 서비스 제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업종 전환으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자영업자에겐 사업 전환 컨설팅을, 사업성은 있으나 경영관리 능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겐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업 지속이 어려운 자영업자에겐 폐업을 지원해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폐업 후 이들이 새로운 소득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취업 기회를 알선하거나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시장에서 선택된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자금이 흘러가는 민간 생태계를 조성해 자영업자의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정부는 자영업자의 금융거래 조건을 개선하고 맞춤형 금융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 도입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는 개인사업자의 금융, 상거래, 공공정보를 통합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이를 도입한다면 금융기관이 개인사업자의 신용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해 더 나은 거래 조건을 제시할 수 있고, 이들을 위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금융회사 간 경쟁을 촉진해 자영업자 신용평가 모형의 고도화를 유도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출 시장을 확대하는 것 역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예를 들어 낮은 금리로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를 개인사업자에게까지 확대하거나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추가 인가하는 등의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정책이 시행되면 금융회사 간 금리 인하 경쟁을 통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일보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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