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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0 (토)

환영받지 못한 손님 ‘헬스장 아줌마’…이유 있는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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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안내에도 민폐행위 계속

일부의 민폐에 회원이탈 잇따라

이슈 후 오히려 여성 손님 가입하기도

세계일보

‘아줌마 출입금지’ 안내를 내건 헬스장 대표. 그는 이런 조치를 하기 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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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헬스장에서 ‘아줌마 출입금지’라는 안내를 내걸어 여성을 차별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대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소연한다.

12일 세계일보와 만난 해당 헬스장 대표 A씨는 여성 차별 논란에 대해 “여성이라고 차별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아줌마 출입금지’라는 안내 문구는 표현상 부자연스러운 점이 있었는데, A씨는 “민폐를 끼치는 회원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아줌마’라는 문구를 사용한 건 안타깝게도 다른 회원들에게 피해를 준 이들이 중년 여성이기 때문이다. 남성 중에는 그런 회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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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입구에 붙은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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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해당 헬스장을 지난해 4월 인수했다. 인수 당시만 해도 1000여명의 회원이 있었고 남녀노소가 모여 건강한 신체를 만들기 위해 땀 흘려 운동하는 곳이었다고 A씨는 설명했다.

이 중에는 단체 수업을 받는 중년 여성들도 다수였다. 문제는 이들 중 일부가 헬스장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며 각종 민원의 근원이 됐다는 점이다.

A씨에 따르면 이들은 상식 밖 행동으로 다른 회원, 특히 동성인 여성회원들에게도 도 넘는 행동을 했다.

지인이거나 헬스장에서 알게 돼 친분이 생긴 이들은 △운동 기구에 앉아 주변을 험담하는 등의 수다를 떨거나 △무려 2시간여 동안 온수 빨래를 하고 △남녀 회원에게 성희롱 발언 및 험담을 했다.

또 비누, 휴지, 수건 등의 비품을 몰래 챙기는가 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양한 요구를 이어왔다고 A씨는 토로했다.

그는 “특히 성희롱 발언 등과 관련해 만약 남성 회원이 그랬다면 다른 회원들로부터 고소당했을 것”이라며 “젊은 여성 회원들이 이들의 언행을 매우 불쾌해했다”고 강조했다.

A씨가 전한 ‘성희롱적 발언’은 기사에서 언급하기 힘들 정도의 내용이었다. 주로 특정 신체나 헬스장에서 입는 옷 등이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A씨는 “몸 좋다 등의 칭찬은 아니었다. 신체를 만지기도 했다”면서 “일부 여성 회원의 경우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회원을 탈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헬스장 회원들은 이런 문제를 A씨에게 직접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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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헬스장을 찾은 중년 여성 회원들. 입구에 아줌마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붙어있지만 개의치 않았다. 여성 회원 중에는 오히려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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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그때마다 주의 안내를 하며 이들의 민폐 행동이 잠잠해지길 바랐다. A씨는 “말로 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면서 “상식적인 대화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예컨대 빨래의 경우 샤워장에 ‘빨래 금지’라는 안내 공지를 붙였다. 하지만 이를 무시한 행동은 계속됐다고 A씨는 설명한다.

A씨는 그렇게 11개월을 참아왔다. 다른 회원에게 피해를 주지만 그들도 회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참고 지켜만 본 자신이 바보였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문제를 일으키는 일부 회원들의 행동은 그칠 줄 몰랐다. 되레 시간이 갈수록 심해져 다른 회원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고 1000여명에 달하던 회원은 단 11개월 사이 250여명이 탈퇴해 700명대로 줄어들었다.

A씨는 “처음 퇴근 후 헬스장을 찾는 젊은 친구들이 하나둘 그만둬 시설 문제라고 생각했다”면서 “뒤늦게 알고 보니 민폐 회원들을 피하려고 그만둔 것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들이 샤워장에서 빨래하고 성희롱 발언을 하는 통에 ‘샤워실을 이용 못 하겠다’는 민원이 많았다”며 “그렇게 250여명이 그만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고성 안내를 해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회원이 지금보다 1.5배 많았을 때보다 지금 수도요금이 무려 3배 넘게 나오고 있다. 관리사무소에서 ‘장사 잘되냐’라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문제를 일으킨 이들은 결국 헬스장을 그만뒀다. A씨가 ‘아줌마 출입금지’라는 안내 문구를 내걸자 문제의 회원들은 화를 내면서 탈퇴했다. A씨는 그간의 영업 손실로 공과금이 밀리는 등의 큰 피해를 봤으며, 이들로 인한 추정 피해액은 1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헬스클럽을 다니는 회원들 사이에서 응원이 이어진다. 그들도 불편했고 A씨의 입장을 이해서다. A씨에 따르면 일부 주부 회원은 되레 “재밌다”, “잘했다. 속 시원하다”라고 그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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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헬스장에 신규 가입한 중년 여성 회원의 가입신청서. 입구에 아줌마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붙어있지만 개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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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아줌마 출입금지’라는 문구로 여성 혐오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사죄를 드리고 싶다”면서도 “계속되는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일이 있어도 신규로 회원가입을 하는 중년 여성 손님도 있다. 아줌마 혐오가 아닌 민폐 끼치는 회원을 내보낸 것”이라며 “나는 헬스장을 운영해 돈을 벌어야 하는 자영업자다. 그런 손님 때문에 사업이 망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헬스장은 운동을 통해 건강한 신체를 만들고 가꾸는 곳이다. 빨래하거나 운동기구를 차지하고 앉아 수다 떠는 곳이 아니다”라며 “이번 조치로 응원도 이어진다. 회원들로부터 ‘문제 회원을 정리 안 하면 힘들어진다’는 조언을 듣기까지 했다. 정말 운동을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헬스장을 운영해 나가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세계일보가 직접 찾아간 헬스장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운동하는 회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어르신부터 젊은 층까지 헬스장을 이용하고 있었고, ‘아줌마 출입금지’라는 안내에도 40대 여성이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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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운동하는 중년 회원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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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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