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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2 (월)

지금이 9년 전 'DMZ 포격전'보다 더 위험한 이유[한반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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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문턱으로 치달은 2015년 8월…대북확성기 놓고 포격전

잠정적 특수관계 → 적대적 두 국가…대화의 여지도 사라져

통신선 등 연락채널도 완전 두절…우발적 충돌시 진의 파악도 못해

한중관계 틀어져 中 '건설적 역할'도 기대 못해…브레이크 없는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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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의 한 초소에서 북한군이 진지 공사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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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0일 경기도 연천의 육군 28사단 지역 대북 확성기 방향으로 북한 고사총과 포탄이 날아온 것이 식별됐다. 이에 우리 군은 155mm 자주포 29발 대응사격으로 반격했다.

상황은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달았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48시간 내 확성기를 철수하지 않으면 '강력한 군사행동'을 개시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21일에는 북한에 준전시상태가 선포되고 우리 군도 최고경계태세에 돌입했다.

23일엔 주한미군 일부 부대가 통일대교 너머로 북상했다. 북한은 청년 100만명이 입대 및 재입대 신청하며 결의를 다졌다. 여기에 북한 잠수함 전력의 70%가 출정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자 전운은 최고조에 달했다.

다행히 남북은 22일 판문점 접촉을 통해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양측은 마라톤협상 끝에 북한의 유감 표명과 우리 측의 확성기 방송 중단 등에 합의했다.

전쟁 문턱으로 치달은 2015년 8월…'대북확성기' 놓고 포격전

9년 전 비무장지대(DMZ) 포격전은 한반도의 평화가 얼마나 날카로운 칼날 위에 서있는지 잘 보여준다. 사소한 착오에 따른 우발적 충돌도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다.

당시 북한군의 선제공격 여부가 아직도 논란 중인 사실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정부는 북한의 고사총 및 포탄 발사가 사건의 발단이라 주장하지만 유엔군사령부 입장은 다르다.

사건 이듬해 6월 기자들과 만난 당시 유엔사 중립국감독위 우르스 게르브르 스위스 육군 소장은 "(한국군과 유엔사의) 결론은 제각각이었고, 그 같은 결론을 내린 이유도 제각각이었다"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도 최근 SNS에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한국은 북한이 13발(우리 군은 3발로 판단)의 포격을 가하자 39발(실제는 29발)을 응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후에 유엔사는 북한이 어떠한 포격도(ANY rounds) 하지 않았고, 오래된 대포병 레이더가 천둥번개를 오인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당시 사정에 정통한 박성진 안보22 대표는 "당시 유엔사 고위 장교는 '남측 지휘관의 경솔한 대응에 북측이 무력보복으로 나섰다면 자칫 감당하기 힘든 상황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런 충돌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당시 박근혜 정부는 원칙적인 대응으로 북한의 기를 꺾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 '벼랑 끝 전술'에 휘둘리지 않고 강하게 압박해 사실상의 사과를 받아냈다는 것이다. 그로써 정권 지지율이 단기 급등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도 현 '오물풍선' 정국을 9년 전 시나리오로 마무리 짓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상황은 그때와 크게 달라졌다. 덮어놓고 북한을 힘으로 누르려 하다가는 파국적 결말에 이를 수 있다.

잠정적 특수관계 → 적대적 두 국가…대화의 여지도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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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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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대남 적대시 정책을 강화하더니 아예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근본적인 노선 전환을 했다. 갈수록 뚜렷해지는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오히려 체제 안전의 뒷배 삼아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접은 듯하다.

남측과는 아예 대화의 여지조차 남겨두지 않았다. 통일전선부 등 대남기구를 폐지하고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철거 등 상징 조작에 착수했다. 형식적으로나마 유지해온 '민족 내부의 잠정적 특수관계'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북한의 태세 전환에는 군사적 자신감이 뒷받침됐다. 2015년 시점에는 북한 핵‧미사일 능력이 불완전한 상태였다. 북한은 그러나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이후에도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정찰위성 개발 등 전력을 첨단화하고 있다.

통신선 등 연락채널도 완전 두절…우발적 충돌시 진의 파악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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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남북간 상호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를 기한으로 9.19 군사합의를 완전 효력정지를 결정하면서 과거의 첨예한 군사적 대치 상태로 돌아간 가운데 5일 오전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우리 군 초소와 북한 초소가 마주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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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다 9.19 군사합의가 무력화되면서 군사적 완충지대가 사라진 것은 물론 연락채널마저 모두 끊겼다. 우발적 충돌시 상대방 진의를 파악하고 상황을 관리할 수단이 없는 것이다.

완충지대는 2018년 9.19 합의 이전에는 원래 없던 것이지만, 연락채널이 완전 두절된 것은 거의 유례가 없다. 남북은 1971년 1차 적십자 예비회담을 계기로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설치한 이후 숱하게 위기를 겪었지만 어떤 식으로든 연락의 끈은 놓지 않았다.

2016년 초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한 뒤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이 끊긴 사례 등은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남북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휴대용 확성기를 써가면서라도 최소한의 통로는 유지했다.

한중관계 틀어져 中 '건설적 역할'도 기대 못해…브레이크 없는 치킨게임

국제 정세도 급변했다. 2015년만 해도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하기 전이었다. 중국은 경제 발전을 위해 한반도 안정이 긴요한 처지였고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중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천안문 망루에 오른 것은 그해 9월이었다.

DMZ 포격전 여파가 커지는 와중에 중국은 북한에 자제를 요구했지만 되레 "누구의 자제 타령도 도움 안 된다"는 핀잔만 들었다. 그러자 중국 선양군구가 북중국경에 탱크를 집결하고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한중관계가 틀어진 지금은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조성렬 경남대 초빙교수(전 오사카 총영사)는 "중국은 당시에 한반도에서 전쟁을 원치 않았기에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북한이 대화에 응한 측면이 있다"며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브레이크 없는 치킨게임이어서 더 위험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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