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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4 (수)

천연기념물 한반도 산양 70%의 떼죽음 [생명과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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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한국일보

강원 양구군 방산면 오미리 도로 옆 울타리에 갇힌 산양.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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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1950년대 처음으로 포르투갈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전해졌지만 일부 지역에만 영향을 미쳤다. 유럽 전역으로 퍼진 것은 오염된 돼지 사료의 수입으로 인해 2007년 동유럽에서 ASF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부터이다. 야생 멧돼지도 이 당시 사육 돼지로 인해 감염된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후 지속적으로 생태계 내에서 전파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2019년 9월 경기도 파주의 돼지 농장에서 처음 발생했다. 야생 멧돼지에서의 감염은 같은 지역에서 2019년 10월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후 5년간 전국 42개 시군에서 3,700여 건이 넘는 야생 멧돼지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다.

현재 야생 멧돼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가장 위험한 감염원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울타리를 세워 멧돼지의 이동을 막고, 살처분을 통해 개체수를 줄인다. 이런 방식은 물론 우리만의 방역책은 아니다. 덴마크는 방역을 위해 독일과의 국경에 약 70㎞의 울타리를 세웠고 독일은 폴란드와의 국경을 따라 2,250㎞의 울타리를 세웠다. 눈에 잘 보이는 울타리의 설치는 정치적으로 선호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이 울타리는 큰 비난을 받았다. 사회적으로 국경에 세운 높은 담이 난민이나 타 국민에게 거부의 메시지를 줄 수 있고, 방역적으로는 질병 차단 효과가 명확하지 않으며, 생태적으로 모든 야생동물의 통로를 막는 극단적인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비난이 현실화되었다. 올겨울 먹이를 구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산양은 990마리로 국내에 서식하는 산양의 70%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기 위해 설치한 울타리가 산양의 이동을 막은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산양은 현재 문화재청의 지원으로 증식과 복원사업 중인 동물이다. 증식된 산양을 매년 4~8마리씩 방사해서 안정적인 산양의 수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렇게 어렵게 복원하는 산양이 이렇게 쉽게 인간이 만든 경계에 갇혀 죽어갔다. 환경부가 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축 전염병의 방역이 생태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되었다.

야생동물과 가축의 접점은 방역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대규모 살처분으로 인해 야생 멧돼지의 이동과 질병 감염의 역학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울타리의 필요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간이 나눈 불완전하고 위험한 경계는 인간에게도 동물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일보

천명선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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