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운동가, 비공개행사서 유도발언 뒤 호응답변 몰래 녹음해 공개
로버츠 대법원장은 "기독국가 인도는 우리 일 아냐…재판에 최선" 반박
새뮤얼 얼리토 미 연방 대법관 |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지난 2020년 치러진 미국 대선이 사기라는 주장을 상징하는 '거꾸로 된 성조기 게양'으로 물의를 빚었던 새뮤얼 얼리토 미 연방대법관이 기독 보수 성향을 드러낸 발언이 공개되며 또다시 논란에 올랐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좌파 운동가인 로렌 윈저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지난주 개최된 한 자선 행사 당시 얼리토 부부 및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나눈 대화를 몰래 녹음해 일부를 공개했다.
스스로를 기독 보수주의자로 소개한 윈저는 해당 대화가 녹음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채 얼리토 대법관에게 "이 나라에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미국을 하나님 나라로 되돌리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했고, 그는 이에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얼리토 대법관은 또 '양극화를 끝내기 위해 좌파와 협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는 이기고 지는 문제'라는 지적에도 "당신이 맞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얼리토 대법관은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근본적으로 화해할 수 없는 지점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차이를 나눌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거꾸로 된 성조기'를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우 성향 지지자들이 사용하는 '천국에의 호소' 등 깃발을 게양한 당사자인 얼리토 대법관의 부인 마사-앤 얼리토도 "지옥에나 가라고 하라"며 "남편은 나를 통제할 수 없다"고 발언한 내용이 그대로 녹음됐다.
로버츠 대법원장의 경우 윈저의 주장을 반박했다.
로버츠 대법관은 "우리가 기독교 국가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많은 유대인 및 무슬림 친구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을 기독교 국가로 인도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다"라며 "재판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대법원 역사 협회가 개최한 회원 대상의 비공개 만찬이었으며, 참석자들은 500달러의 참가비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협회 측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행사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녹취를 규탄한다"며 "참석자들은 현재 진행 중인 사건 및 재직 중인 법관의 판결, 대법관의 법리에 대한 논의는 금지된다는 점을 공지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1·6 의회폭동 사태 직후인 2021년 1월 17일 얼리토 대법관의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자택에 거꾸로 뒤집힌 성조기가 걸려있는 모습을 비롯해 '대선 사기'를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사용하는 깃발이 게양된 사진을 보도,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불을 붙인 바 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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