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한 벨기에 총리 |
(서울·브뤼셀=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정빛나 특파원 =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가 우파 돌풍에 휘말려 소속 정당이 선거에서 참패하자 사퇴했다.
더크로 총리는 10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필립 국왕이 나의 사임을 수락했다"며 "현 정부는 현안을 관리하면서 새로운 팀으로 전환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거 결과는 실망스러우며 그에 대한 결과는 내가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임시 총리를 맡는다.
벨기에에서는 전날 유럽의회 선거와 연방 하원, 불어권·네덜란드어권 지방선거가 일제히 실시되는 '슈퍼 선데이'를 맞았다.
더크로 총리의 자유주의 성향 열린자유민주당(Open VLD)은 연방 하원선거에서 5.4% 득표율에 그쳐 150석 중 7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지금보다 5석이 줄었다.
네덜란드어권 지방선거에서도 8.5%의 득표율로 7석이 줄어든 9석, 유럽의회에서는 5.8%로 1석을 겨우 확보했다.
2020년 10월 구성된 벨기에 연립정부는 열린자유민주당을 포함해 7개 정당이 속해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중도 정당과 녹색당 등 여권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취약했던 기반이 사실상 와해됐다.
연방선거 개표 결과를 기준으로 보면 우파 민족주의 정당 '새플레미시연대'(N-VA)가 16.7%(24석)를 득표해 제1당 자리를 지켰다.
벨기에는 크게 남부는 프랑스어권, 북부는 네덜란드어권으로 나뉘는데 N-VA는 네덜란드어권인 플레미시 지역을 분리해 독립하겠다고 주장하는 정당이다.
극우 돌풍을 노렸던 플람스 벨랑(VB)은 13.8%(20석)를 얻어 2위에 올랐다.
N-VA와 VB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나란히 1, 2위에 올라 각각 3석씩 차지해 우파 돌풍을 재확인했다.
새 연방정부 구성 협상은 N-VA가 주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직전 2019년 선거에서도 연정 구성까지 무려 500일 가까이 걸렸다는 점에서 한동안 혼란이 예상된다.
더크로 총리의 경우 벨기에 국내 정치에서는 불명예 퇴진하게 됐으나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EU 내에서 입지를 어느 정도 다졌으며 현재 차기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후보 중 하나로도 거론되고 있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벨기에는 EU에서 의무투표제를 시행 중인 4개국 중 하나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투표율 89.8%를 기록하며 27개국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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