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세계 여자배구 올스타전에 나선 김연경.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코트를 누빈 경기였다. 선수 개인의 국가대표 은퇴 경기가 열린 건 남녀 배구를 통틀어 최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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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배구 간판 스타 김연경(36·흥국생명)이 현역 선수로는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코트를 누볐다. 연신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 앞에서 끝내 눈물도 훔쳤다.
김연경은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YK 인비테이셔널 세계 여자배구 올스타전을 끝으로 사흘에 걸친 국가대표 은퇴 기념 행사를 마무리했다. 그는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을 마친 뒤 언론을 통해 태극마크 반납 의사를 밝혔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팬들과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3년이 지난 올해 마침내 기회를 얻었다. 대한배구협회는 “선수 개인의 국가대표 은퇴 경기를 별도로 진행한 건 김연경이 처음”이라고 했다.
하이라이트는 지난 8일 국가대표 은퇴 경기였다. 김연경은 하루 전 미디어데이에서 “많은 분들이 계속 여자배구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김연경 없는’ 한국 여자배구가 국제대회에서 심각한 부진에 빠진 것과 관련해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함께 담은 발언이었다. 이번 경기에는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 4강을 함께 이끈 친구 양효진(현대건설)·김수지(흥국생명), 2012년 런던올림픽 4강 멤버 한송이·김사니·이숙자·임효숙·한유미·김해란(이상 은퇴)·황연주(현대건설), 2016년 리우올림픽 동료 이효희(은퇴) 등도 참여했다.
김연경의 진심을 읽은 6000여 명의 배구 팬들이 관중석을 채우고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공식 국가대표 경기는 아니지만, 김연경은 왼쪽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코트에 등장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서브 에이스를 올린 뒤 두 팔을 들어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디그로 열정을 불태웠다. 방송인 유재석, 배우 이광수, 나영석 PD 등 유명인들도 김연경을 응원하기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김연경은 경기 후 열린 은퇴식에서 “태극기를 달고 오래 뛰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여정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간다”면서 “여기 계신 많은 분들과 여러 선배님들이 없었다면 여자 배구가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지난 2005년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에서 국가대표로 데뷔한 김연경은 이후 17년간 올림픽 4강 신화를 두 차례 이끌며 한국 여자 배구의 기둥으로 우뚝 섰다. 국가대표로 총 271경기에 나가 4981득점을 했다. 아리 그라사 국제배구연맹(FIVB) 회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김연경은 전 세계 수 백만 명의 롤 모델이자 역사상 최고의 배구 선수 중 한 명”이라면서 “전 세계 팬들에게 영감을 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행사 마지막 날인 9일에는 ‘김연경 초청 세계 여자배구 올스타전’이 열렸다. 김연경이 해외 무대에서 인연을 맺은 선수 11명과 국내 V리그 선수 12명이 섞여 경기를 치렀다. 김연경이 ‘팀 스타’의 주장을 맡았고, 튀르키예 리그에서 함께 뛴 브라질 여자배구 전설 나탈리아 페레이라가 상대 팀인 ‘팀 월드’를 이끌었다. 김연경은 이날도 자신의 팀을 승리로 이끌며 승부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김연경은 경기 후 “비시즌 중이라 100%의 몸 상태도 아닌데 최선을 다해준 선수 모두에게 고맙다”면서 “다음 기회가 주어진다면 현역 국가대표 선수들을 초청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김연경을 위해 한국을 찾은 페레이라는 “김연경은 위대한 배구 선수다. 우리 모두가 김연경처럼 되는 걸 목표로 뛰었다”며 존경심을 표현했다.
■ 김연경 국가대표 주요 대회 성적
2005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 5경기 79득점
2006 세계선수권 8경기 131득점
도하아시안게임 6경기 84득점
2010 세계선수권 9경기 176득점
광저우아시안게임 7경기 131득점
2012 올림픽 세계 예선 7경기 134득점
런던올림픽 8경기 207득점
2014 인천아시안게임 5경기 101득점
2016 올림픽 세계 예선 6경기 135득점
리우올림픽 6경기 112득점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8경기 140득점
세계선수권 5경기 80득점
2021 도쿄올림픽 8경기 136득점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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