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7일(현지시간) 뉴델리 대통령관저 앞에서 드라우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에게서 받은 차기 중앙정부를 구성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세 번째 임기를 맞이했다. 하원에서 여당의 존재감이 약해진 만큼, 연정을 유지하고 강해진 야당을 상대하는 일이 앞으로 그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이날 오후 7시15분 뉴델리 대통령 관저에서 취임 선서를 하며 세 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한다. 인도 역사상 3연임을 한 총리는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 전 총리에 이어 모디 총리가 두 번째다. 이날 취임식에는 스리랑카, 몰디브, 세이셸, 방글라데시 등 주변국과 인도양 지역의 지도자를 비롯해 내빈 8000명이 참석한다.
3연임을 거머쥐었음에도 모디 총리는 전에 없던 고민에 처했다. 최근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은 240석을 획득하며 하원 제1당 지위는 지켰으나, 단독 과반(272석 이상) 확보에는 실패했다. 의석도 2019년 303석에서 63석이나 쪼그라들었다. 이 때문에 모디 총리로서는 연임을 위해 처음으로 다른 정당들과 연정을 꾸리게 된 형편이다. BJP가 주도하는 연정 민족민주동맹(NDA)은 도합 293석이다.
이에 연정 내 다른 당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모든 정당이 모디 총리가 주창하는 힌두민족주의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념적 균열도 내포돼 있다. 힌두스탄타임스는 차기 내각에 장관 27~30명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며, 이중 약 3분의 1은 NDA에 돌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연정 내 일부 정당이 고위직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야권이 예상보다 선전한 것 역시 모디 총리에겐 악재다.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는 2019년 총선에서 52석이었으나 이번에 99석을 확보했다. INC가 주도하는 야당연합 또한 2019년 총 91석에서 232석으로 존재감이 훌쩍 커졌다. 총선 이후 야당은 일찌감치 압박에 나섰다. 지난 8일 INC는 모디 총리의 오랜 정적 라훌 간디를 당대표로 만장일치 추대했다. 라훌 간디는 자와할랄 네루 전 총리의 증손자다.
라훌 간디 인도국민회의(INC) 대표. 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야권에서는 차기 정부의 존속 가능성을 향한 의구심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아디르 란잔 초두리 INC 원내대표는 “모두가 라훌 간디가 야당연합의 대표가 되길 원한다. 이번 정부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원내 제4당으로 올라선 트리나물회의의 마마타 바네르지 대표는 “야당연합이 향후 정부 구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우리 당은 기다리고 지켜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BJP의 힘이 약해지리란 관측에 대해 BJP 측은 “NDA의 모든 이들은 모디 총리의 리더십을 믿는다. 우리 파트너들 간에는 전혀 단절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정치 지형 탓에 모디 총리가 추진하려던 전반적인 정책이 이전보다 힘을 받기가 어려워지리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년 동안은 BJP 단독으로 법안 추진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연정 내 다른 정당의 협조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모디 총리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경제개혁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산디프 샤스트리 개발도상국연구센터(CSDS) 연구원은 “BJP로선 훨씬 힘든 길을 맞이할 것이 분명하다. 모디를 연정의 지도자로 상상할 수 있는지에 의문이 드는 데다, 모디가 연정에서 BJP 소속이 아닌 이들에게 더 귀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마이클 쿠겔만 윌슨센터 남아시아연구소장도 “모디는 더 이상 무적의 존재로 보이지 않을 것이며 야당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BJP가 연정을 하고자 한다면 기대와 야망을 다소 줄여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5·18 성폭력 아카이브’ 16명의 증언을 모두 확인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