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 유해 물질 유입돼 발생
깨워도 반응 없고 호흡 이상 증상
즉시 의료기관·119 도움 요청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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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 연예인이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갑작스레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원인은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추정됐다. 사망 당시 그가 지인 두 명과 마신 술의 양은 소주 한 병. 음주를 과하게 한 건 아니지만 간경변과 지방간 등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급성 알코올 중독은 짧은 시간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양 이상의 술을 마셔 나타나는 이상 반응이다. 1인당 소주 대여섯 병 정도는 마셔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개인에 따라 술을 적게 마셔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급성 알코올 중독(Acute alcohol intoxication)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독’과는 개념이 다르다. 약물 등을 장기간 사용하면서 생기는 신체적·정신적 의존이 아닌 짧은 시간 몸에 유해 물질이 유입돼 발생하는 문제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중독이라 일컫는 알코올 남용(Alcohol abuse), 알코올 의존(Alcohol dependence)과는 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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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별 알코올 분해 능력 등 복합적 영향
급성 알코올 중독을 유발하는 술의 양이나 속도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개인의 알코올 분해 능력, 성별, 체중, 기저 질환, 컨디션, 식사 여부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통상 체중이 적을수록, 여성이 남성보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더 높은 혈중알코올농도를 보인다. 나이도 영향을 미친다. 나이가 들면 젊을 때보다 알코올 대사 속도가 느려지고 체내 수분량도 감소해 알코올의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복용 중인 약물도 고려해야 한다. 수면제나 항불안제, 항히스타민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약을 먹고 술을 마시면 알코올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간 기능이 약화한 질환자들도 마찬가지다.
간과할 수 있지만, 성인이 돼 술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주의가 필요하다. 본인의 주량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과도하게 술을 마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매년 대학 입학 시즌이 되면 신입생들이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응급실에 실려 오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알코올 분해 효소가 성인보다 적은 청소년이 술을 마실 때도 위험은 커진다.
급성 알코올 중독일 때는 스스로 몸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을 넘어 호흡이 억제되고 심박수도 느려질 수 있다. 발작·저체온증이 나타나는가 하면 입술이 파래지기도 한다.
문제는 술자리에서 이를 즉각적으로 파악해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급성 알코올 중독을 단순 만취로 여겨 방치하다 음주자가 숨지는 사례가 종종 생기는 이유다. 다만 음주자를 깨워도 반응이 없고 호흡에 문제가 생기는 등의 위험 증상을 인지하면 즉시 가까운 의료기관이나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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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잃었다면 옆으로 눕히고 체온 유지
구급대원이 오기 전까지 동석자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먼저 의식을 잃은 사람이 어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구급대원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해둔다. 음주자가 기존에 복용하던 약물 등 기본적인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도 취합해 두면 더욱 좋다.
환자를 혼자 두지 말고, 쓰러진 상태라면 구토로 기도가 막혀 질식사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옆으로 돌아 눕혀 놓는다. 저체온증을 예방하기 위해 담요나 여벌의 옷으로 몸을 감싸 체온을 유지해주고 호흡이 멈춘다면 심폐소생술을 즉각 실시한다.
병원에 이동해서는 의료진이 산소포화도, 심전도 등을 확인하게 된다. 이후 수액을 투여, 체수분량을 늘려 혈중알코올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급성 알코올 중독을 예방하려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어쩔 수 없는 자리라면 혈중알코올농도를 급격하게 높이는 행동만큼은 자제해야 한다. 빈속에 술을 마시는 게 그중 하나다. 공복에 음주하면 식후 술을 마실 때보다 혈중알코올농도가 2배가량 높아져 쉽게 술에 취한다. 술을 한번에 ‘원샷’ 하거나 섞어 마시는 습관도 주의한다. 특히 맥주의 탄산가스는 위장의 내용물을 소장으로 빨리 넘긴다. 그만큼 알코올 흡수가 가속화돼 소주에 맥주 등을 섞어 마시지 않도록 한다.
아울러 술 마실 때 얼굴이 자주 빨개진다면 알코올 대사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신호니 알코올 섭취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술자리에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면 당시 음주량을 떠올려 보고 최소 그 양은 초과하지 않는 만큼 술을 마셔야 한다.
도움말=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현진 고대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계영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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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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