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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왕건 초상 봉안한 사찰터·고대 해외교류 유적, 사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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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안성 봉업사지’ ‘고성 동외동 유적’ 사적 지정

경향신문

고려 태조 왕건의 초상을 봉안한 사찰 터인 경기도 안성의 ‘안성 봉업사지’가 사적으로 지정됐다. 사진은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건물지들. 국가유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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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태조 왕건의 초상을 봉안했던 사찰 터인 경기 안성의 ‘안성 봉업사지’와 고대 삼한시대 유적인 경남 고성의 ‘고성 동외동 유적’이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왕의 초상인 어진을 봉안한 진전사찰인 ‘안성 봉업사지’와 삼한~삼국시대 동아시아 해상교류의 거점 유적인 ‘고성 동외동 유적’을 각각 사적으로 지정했다”고 7일 밝혔다.

‘안성 봉업사지’는 고려 광종(949~975년) 당시 왕권 강화를 위해 태조 왕건의 어진을 봉안한 사찰 터로 알려져 있다. 역사서 <고려사>에는 공민왕 12년(1363년) 왕이 봉업사에 들러 태조 왕건의 어진을 알현한 기록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절터에 석탑만 남아 있다고 기록돼 봉업사는 조선 초기에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절터에는 ‘안성 봉업사지 오층석탑’(보물) 등이 있으며 그 주변에서는 ‘청동 향로’(보물)와 ‘청동 북’(보물)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들 유물에서는 ‘봉업사’(奉業寺)라는 글자가 확인됐다. 1997년부터 5차례에 걸친 발굴조사에서는 고려시대 왕실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중심 건물지와 회랑, 외곽 담장 등이 드러났다.

또 사찰 이름, 제작 연대, 지명, 인명 등의 글자가 새겨진 고려시대 명문 기와 등도 발굴됐다. 봉업사지 주변에는 매산리사지, 장광사지 등 고려시대 사찰유적이 남아 있어 당시 번성했던 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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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본 등 외래 유물들이 발굴돼 고성을 기반으로 한 고대 거점 세력의 해외교류 상황을 보여주는 ‘고성 동외동 유적’ 전경. 국가유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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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의 해양교통 요충지에 자리한 ‘고성 동외동 유적’은 삼한시대 고자국에서 삼국시대 소가야 문화까지 연결된 생할문화 중심 유적이다.

특히 중국, 낙랑, 일본 등 외래계 유물들이 발굴되면서 고대 동아시아의 해상교류 상황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동외동 유적에서는 그동안 수차례의 발굴조사를 통해 당시 생활문화를 짐작할 수 있는 집 자리, 조개무지, 의례나 제사 시설, 철기 생산시설 등이 확인됐다.

당시 고성에 터를 잡은 거점 세력의 해상을 통한 대외 교류관계를 보여주는 외래 유물로는 중국 왕망의 신나라(8~23년) 화폐인 ‘대천오십(大泉五十)’, 일본계 유물인 야요이계 토기와 청동제 창이자 무기의 일종인 광형동모, 낙랑계 유물 등이 있다. 또 당시 지배계층이 사용한 청동 허리띠 고리 장식, 청동 거울을 비롯해 여러 마리의 새를 새긴 조문청동기 등 청동제 유물들도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고성 동외동 유적은 기원 전후부터 6세기 전반에 이르기까지 고성을 중심으로 한 남해안 지역의 정치체 성립과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복합생활유적으로서의 역사적 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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