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총선 비해 집권당 의석 대폭 ↓…힌두교도 결집 역효과에 野탄압도 마이너스
野 "총선 결과, 모디에 큰 메시지" 공세 예고…핵심 공약 폐기 및 수정 불가피
4일 인도 뉴델리 BJP 당사에 도착한 모디 총리(왼쪽) |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는 거뒀지만 애초 예상됐던 압승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면서 향후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간집계 결과 집권 인도국민당(BJP) 주도 정치연합 국민민주연합(NDA)은 전체 543개 지역구 중 293석을 차지하는 데 그칠 걸로 전망됐다. BJP만으로는 약 240개에 불과하다.
이는 직전 2019년 총선 때 얻은 303석보다 훨씬 적다. 이는 NDA가 최대 450석을 차지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와는 한참 동떨어진 결과다.
유세기간 10년 집권 치적과 '2047년 선진국 진입' 등 비전을 제시하며 민심을 파고 들었음에도 야권 탄압 논란과 '힌두교표심 올인'에 민심이 '옐로카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운 모디 총리는 3기 정부도 흔들림 없이 운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연정 수립과정에서부터 녹록지 않은 상황이 연출될 걸로 보인다.
◇ '인구 80% 힌두표심 올인' 역효과…野탄압 논란도 마이너스
모디 총리는 독실한 힌두교 신자로 극우 힌두교도 단체에 활동하다가 정계에 입문했다.
서부 구자라트 주총리 시절에는 힌두교도와 무슬림간 유혈 충돌을 방관했다는 비판도 받은 바 있다.
그런 그는 지난 4월 19일 총선 개시 전에는 주로 집권 10년간의 경제성장 등 치적을 알리며 표심을 공략했다.
그러나 이후 초반 투표율이 2019년 총선 때보다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나자 인구 80%를 차지하는 '절대 다수'인 힌두교도 결집 전략으로 돌아섰다.
힌두교도가 역사상 이룬 업적을 상기하고 이를 현실에서 재연하자는 이른바 '힌두 민족주의'를 맨 앞에 내세운 것이다.
인도 독립 100주년인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국 반열에 올리겠다는 경제 성장 비전을 강조하면서도 인구 14% 가량인 소수 무슬림을 "침입자"로 칭하고 야권을 무슬림 동조 세력으로 몰아부쳤다.
이는 전통적 힌두교 지지자들을 더욱 결집시킨 효과는 있었지만 중도적 입장의 힌두교도들을 오히려 밀어내는 역효과를 낸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총선 직전 부쩍 잦아진 야권 인사들에 대한 '사법 처리'가 오히려 득표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모디 총리측은 체포된 야권 지도자들에 대해 '부패 혐의'를 강조했지만, 야권으로부터 총리가 국가기관을 이용해 정적을 탄압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야권 정치연합을 이끄는 라훌 간디 전 인도국민회의(INC) 총재는 모디 정부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는 헌법가치마저 훼손한다며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여기에 독일 등 일부 서방 국가 정부가 야권 인사들에 대한 '공정한 재판' 등을 촉구한 것도 중도 표심이 '반(反) 모디'로 돌아서는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4일 뉴델리서 기자회견하는 간디 전 INC 총재 |
◇ 野 "총선결과 모디에 큰 메시지" 공세 예고…경제 성장세는 유지 전망
애초 출구조사에서 압도적 열세였던 야권은 '전혀 다른' 개표 결과에 고무됐다.
지난 1일 출구조사에서 연방의회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가 이끄는 정치연합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은 120여석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지만, 중간 개표 결과 229개 지역구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야권은 이런 결과를 모디 정부에 대한 민심의 '경고'라고 보고 국정 운영에 강력한 견제구를 던지겠다는 입장이다.
간디 전 총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들(여권)이 지난 10년간 이 나라를 운영해온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것(총선 결과)은 나렌드라 모디씨에게 큰 메시지"라고 언급, 대여 공세를 예고했다.
모디 총리는 예상보다 적은 의석수에도 '3기 정부'도 흔들림 없이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차기 정부를 구성하려면 소수 지역정당들에 권한을 배분하는 등 '주고받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일 수 있는 일부 공약은 폐기되거나 수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논란적인 공약은 이제 논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면서 "이번 총선 결과로 모디 총리가 토지와 노동법 개정은 물론 인도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필요한 여타 개혁 조치를 이행할 정치적 자산을 가질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고 짚었다.
다만 이 통신은 모디 정부가 총선에서 예상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인도의 성장 궤도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 일론 머스크 등 글로벌 재계 지도자들이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로서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보고 있는데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인도가 향후 5년간 세계 경제성장에 가장 많이 기여할 수 있는 나라로 판단한다는 점을 들었다.
경제전문가인 실란 샤는 "논란적인 경제 개혁은 실현이 더 어려울 것이지만 인도 정부는 여전히 6~7% 성장 잠재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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