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승리 연설을 하기 위해 인도인민당(BJP) 본부에 도착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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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총선(4월19일~6월1일)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이 승리했으나 2014년 집권 이후 처음으로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모디 총리는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에 이어 사상 두번째 총리 3연임 달성을 눈앞에 뒀지만, 저조한 성적표에 빛이 바랬다.
인도 총선 개표 시작 다음날인 5일 인도 신문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인도인민당 주도 선거 연합인 ‘국민민주연합’(NDA)이 하원 전체 의석 543석 가운데 293석을 획득해 과반(272석) 달성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리는 했지만 국민민주연합 의석수는 2019년 총선 때 352석보다 60석 가까이 줄었다. 애초 국민민주연합은 출구조사 때만 해도 353~401석을 바라보는 압승이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달랐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와 20여개 군소 야당 및 지역 정당이 연대한 야권 연합인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은 233석을 얻었다. 선거에서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2019년 총선 때(94석)보다 140석 가까이 의석수를 늘렸다.
정당별로 보면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은 240석 획득에 그쳐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단독으로 과반을 했던 2014년 총선(282석)과 2019년 총선(303석)에 크게 못 미쳤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모디 총리를 둘러싼 무적의 기운이 갑자기 산산조각이 났다”며 “앞으로 연정 파트너의 자비에 의지해 정권을 유지할 처지에 놓였다”고 짚었다.
모디 총리는 개표가 시작된 4일 뉴델리에 있는 인도인민당 본부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오늘은 영광스러운 날이다. 국민민주연합이 세번째로 정부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승리 선언을 했지만, 그의 정치적 영향력 감소는 피할 수 없다.
모디 총리는 힌두 민족주의를 자극하며 인도 인구 80%에 이르는 힌두교도의 표심을 사로잡아 10년 넘게 집권 중이다. 이번에 총리 3연임이 확정되면 네루 초대 인도 총리(1947년 8월~1964년 5월 재임)에 이어 사상 두번째다. 지난해 8.2% 고성장을 기록한 인도 경제 상황도 애초 인도인민당 압승을 예상하게 했던 요인이다. 모디 총리도 선거운동 때였던 지난달 26일 “나는 파라마트만(신)이 어떤 목적을 위해 나를 보내셨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신까지 언급하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예상 밖 결과가 나온 이유로는 지나친 힌두 민족주의로 인한 전체 인구 14%(1억7천만명)에 달하는 무슬림들의 반발 격화, 경제성장 수치에 가린 격차 확대 등이 꼽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정치평론가들의 말을 인용해 “유권자들은 화려한 억만장자 거물들이 거주하는 글로벌 경제 강국 인도라는 이미지와 수억명의 사람이 암울한 일자리 전망과 치솟는 물가에 직면해 정부의 무료 식량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 사이의 괴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 두차례 총선에서 완패를 당했던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는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인도국민회의는 이번 선거에서 99석을 얻어 2019년 총선 때 52석보다 갑절 가까이 의석을 늘렸다. 네루 초대 총리의 증손자이며 2022년 국토 대장정 등을 통해 인도국민회의 부활을 위해 노력해온 라훌 간디의 주가도 상승했다. 하지만 인도국민회의 의석수는 여전히 인도인민당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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