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처분적 법률,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엔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자로,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상윤 한국법제연구원 연구본부장, 박준석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이재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신봉기 교수는 정부의 예산 편성·제출 권한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54조, 국회 예산 증액에 대한 정부의 동의권을 규정한 헌법 57조 등을 근거로 “예산을 편성하고 제출하는 권한은 정부만이 가지도록 우리 헌법이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신 교수 “국회가 예산 편성에 개입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 그전까진 헌법이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전국민 민생지원금 지급에 13조원의 과도한 예산이 든다는 처분적 법률을 제정하면서 이를 정부에 강요하는 건 국회의 권한 남용”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또 “입법에 있어 무정부주의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권력분립 내지 삼권분립의 한 축인 행정부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민생지원금 법이) 일괄 지급이든, 차등 지급이든 ‘처분적 법률’임에는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도 했다.
장영수 교수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민생지원금 법에 대해 “정부가 재정권을 행사하고 국회는 이를 통제한다는 헌법상의 기본 구조를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물론 정치적 협의를 통해 정리하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국회와 정부의) 협의 자체가 어려울 경우에는 정부의 재정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합리적인 문제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윤재옥 의원은 “의회정치를 복원하려면 정부는 정부대로, 대통령실은 대통령실대로, 의회는 의회대로 절제된 권한을 행사하는 게 필요하다”며 “절제된 권력을 행사하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의회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국민이 의회에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법률은 국민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원칙을 규정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특정한 대상에 대해 구체적이거나 개별적인 조치를 해준다는 내용을 담은 처분적 법률을 활용해 ‘민생지원금 법’ 처리 방침을 밝히자,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무력화한다는 지적과 함께 위헌 시비가 일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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