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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C] 나이 든 국회의 국민연금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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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더 받자'는 개혁안, 2030엔 '현찰 내고 어음 받으라'로 들려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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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신전대협·한국대학생포럼 연금개혁 관련 공동 성명문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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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막판에 무산된 국민연금 개혁안은 ‘더 내고 더 받자’로 요약된다. 지금의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를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45%’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더 내겠다니 책임 있는 주장처럼 들린다. 하지만 세대 관점으로 바라보면 그렇지도 않다. 연령별로 더 내야 하는 기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50대 근로소득자는 앞으로 보험료를 더 내는 기간이 10년이 채 안 된다. 하지만 지난해 통계청이 전망한 기대 여명(50세 기준 34.2년)에 따르면 더 받는 기간은 20년이 넘는다.

반면 20, 30대 청년에게 '더 내고 더 받으라'는 말은 '현찰 내고 어음 받으라'는 말처럼 들린다. 더 내는 기간은 30~40년이나 되지만 돌려 받는 시점은 까마득하기 때문이다. 연금 재정과 직결되는 평균 수명과 저출생은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어음도 부실한 어음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국민연금이 뭔지도 모르는 청소년과 어린이는 사정이 더 딱하다.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을 하더라도 연금 기금의 예상 소진 시점은 2055년에서 2064년으로 고작 9년 늘어난다. 소진 이후 국민연금은 쌓아둔 기금으로 연금액을 충당하는 지금의 부분적립식에서, 즉시 걷어 즉시 나눠주는 부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부과식으로 바뀌면 지금 청소년은 성인이 되어서 소득의 30~40%를 연금 생활자를 위한 보험료로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금 개혁 방향을 결정할 22대 국회가 세대 간 형평성을 잘 따져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회도 나이가 들었다. 4년 전 21대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는 54.9세로 적지 않았는데 이번에 개원한 22대 의원은 56.3세로 더 높아졌다. 50세가 넘는 의원의 비율이 85.3%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기성 세대에 치우친 국회가 세대별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 미래 세대 입장을 넉넉히 헤아릴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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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연금행동 회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촉구 피케팅을 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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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도 미래 세대 편은 아닌 것 같다. 모든 면에서 달라 보이는 양당은 기성 세대를 지지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다. 국민의힘의 핵심 지지층은 고령층이다. 이미 연금 수급자들로 더 받아서 나쁠 것은 없다. 민주당의 주력 지지층은 40대와 50대이다. 더 내고 더 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21대 국회의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더 내고 더 받자'는 안을 민주당이 앞장 서서 추진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기성 세대는 미래 세대를 냉대했다. 저출생을 초래해 아이들을 소수 집단으로 만들었다. 얼마 안 되는 아이들조차 노키즈존을 만들어 눈치를 줬다. 그런 아이들 어깨에 짐을 지워 노후를 보장받자는 건 염치란 잊힌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노인 빈곤 문제는 풀어야 한다. 그러나 그건 현세대 안에서 소득 재분배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생각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얼마 전 신연금-구연금 분리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계정을 분리해 현세대의 연금 부채 부담을 미래 세대에 전가하지 않는 방식이다. 거대 양당이 머뭇거리는 사이 신·구 연금 분리를 당론으로 내건 유일한 원내 정당이 있다. 소속 의원 3명의 평균 연령이 39.6세로 국회 평균보다 16.7세 젊은 개혁신당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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