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바티칸에서 카메룬 이주민 축복하는 교황 |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은 3일(현지시간)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9월 29일) 메시지에서 "이주민과의 만남은 곧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이라고 말했다.
교황청이 이날 공개한 메시지에서 교황은 "성경에 기록된 출애굽의 이미지와 이주민 사이에는 몇 가지 유사점이 있다"며 "모세 시대의 이스라엘 백성처럼 이주민은 억압, 학대, 불안, 차별, 발전 기회 부족을 피해 탈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막의 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이주민도 갈증과 배고픔에 시달리고 고된 노동과 질병에 지치고 절망의 유혹을 받는 등 많은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며 "여기에서 우리는 성육신의 신비가 확장된 것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신이지만 인간을 사랑해서 인간과 소통하고자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이를 '성육신'이라 부른다. 자신을 낮추어 낮은 자와 함께 한다는 정신이다.
교황은 "이런 이유로 이주민과의 만남은 도움이 필요한 모든 형제자매와의 만남과 마찬가지로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이기도 하다"며 "그분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강조했다.
가톨릭교회는 비오 10세 교황의 요청에 따라 1914년부터 해마다 9월 마지막 주일을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로 지내며 더 나은 삶을 찾아 이주를 희망하는 이주민과 난민에게 지지와 친밀감을 보여줄 것을 신자들에게 요청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추산되는 국제 이주민 수는 2020년 기준 약 2억8천100만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3.6%를 차지하고 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에 다다른 이주민과 전쟁과 기아를 피해 정든 고향을 떠난 난민을 따뜻하게 포용할 것을 서방 국가들에 일관되게 촉구해왔다.
그는 즉위 직후인 2013년 7월 8일 바티칸 외부 첫 공식 방문지로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을 선택,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람페두사섬은 이탈리아 본토보다 아프리카 대륙과 오히려 가까운 지리적 특성 때문에 유럽으로 가려는 북아프리카 이주민이 허름한 배에 의지한 채 몰려들며 이주민 위기의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
당시 교황은 '무관심의 세계화'를 규탄하며 "주님께서는 가장 가난한 이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보고 우리를 심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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