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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이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식단 구성에 균형 감각이 필요한 때다. 초가공식품은 여러 단계를 거쳐 원물의 특성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가공된 식품을 말한다. 좋은 맛과 질감, 보기 좋은 형태와 긴 보존 기간을 목적으로 다양한 첨가물을 넣어 고도로 가공한 제품이 많다.
식품은 가공 단계를 거칠수록 재료 본연의 비타민·미네랄·섬유질이 파괴된다. 대신 자극적인 맛을 내는 지방·당류·나트륨 함량이 높다. 초가공식품의 과한 섭취는 비만과 당뇨병, 심혈관 질환 같은 건강 문제와 직접 연결된다. 가공 단계를 덜 거친 식품이 건강식인 이유다.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지에 실린 ‘한국 성인의 초가공식품 섭취량 추정’(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은 섭취 열량의 29%를 초가공식품에서 얻었다. 특히 10~30대 젊은 연령층에서 초가공식품 섭취로 인한 나트륨·당류 과잉 섭취가 높았다. 초가공식품 섭취가 많을수록 열량과 당류·지방·포화지방·나트륨 섭취량은 증가했고 탄수화물·단백질·식이섬유 섭취량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연구팀은 산분해 등 생산 공정을 거친 제품, 농축액 또는 추출액과 글리신, 탄산수소나트륨, 합성향료 등을 사용한 제품을 초가공식품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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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초가공 제품도 당류·지방 많아
초가공식품에 익숙해지면 건강 문제를 발생시키는데도 쉽게 끊기 어렵다. 자극적인 맛이 도파민·엔도르핀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켜 뇌 보상 중추를 자극한다. 즉각 만족감을 느끼게 되고, 기분이 좋아져 이런 음식을 더 찾아 먹는다. 스트레스·슬픔·지루함을 느끼는 상황에서 의존성은 높아진다.
초가공식품은 흔히 생각하는 패스트푸드나 스낵류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통곡물 시리얼과 유기농 쿠키, 첨가당 등을 넣은 과일 주스와 식물성 대체식(라면·만두· 음료 등)도 실제로는 초가공식품에 해당한다. 건강식의 가면을 쓴 초가공식품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쿠키를 고르면서 유기농 제품을 선택했다고 합리화하는 건 건강에 별 도움이 안 된다. 당분·트랜스지방이 많은 초가공식품일 뿐이다. 과일·채소는 통째로 섭취하는 것이 주스 제품을 마시는 것보다 낫다. 음료로 마시면 섬유질 섭취가 부족하고, 첨가당 성분이 더 많기 때문이다. 가공 과정에서 과일·채소의 미세 영양소가 파괴된다.
식감·맛을 향상한 비건 버거·라면·치즈·만두 등 다양한 식물성 제품의 상당수는 고기·유제품의 식감·맛을 내기 위해 단백질·소금·당류·지방 등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 있다. 식물성 초가공식품이다. 부드럽게 만들거나 기름에 튀기는 식으로 음식을 가공할수록 재료의 성분은 파괴된다. 열량에서는 동물성 식품과 비슷하면서 영양 밀도는 낮기 쉽다. 식물성 대체 음료(아몬드·콩·쌀·귀리·코코넛 등)는 우유와 성분이 달라 단백질·칼슘·비타민 등 함유량이 부족하다. 영양소 강화를 위해 여러 단계의 가공 과정을 거치고 첨가물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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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식엔 계란·두부로 단백질 보충을
현대인이 초가공식품의 편리함을 완전히 멀리하기는 어렵다. 가급적 섭취는 줄여 보되, 좀 더 건강에 도움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대표적인 방법이 소비자의 알 권리인 식품 성분표를 살펴보는 습관이다. 식품이 어떻게 가공됐는지 확인하고, 최소한의 가공을 거친 식품을 선택하면 좋다. 목록이 길거나 익숙하지 않은 성분이 많이 포함된 건 피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성분 목록은 짧고 단순한 게 좋다. 냉동 과일과 통조림 야채와 같이 덜 가공돼 원물의 특성을 유지한 제품이 낫다.
반조리 식품을 선택할 땐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먹으면 도움된다. 예컨대 간편식 볶음밥에 계란이나 두부 등을 넣어 먹으면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다. 샐러드를 곁들이거나 후식으로 과일을 먹으면 부족한 비타민·무기질 등을 챙길 수 있다. 당류가 높은 간식을 먹을 때는 함께 마시는 차나 음료라도 단순당이 없거나 낮은 걸 고르는 것이 낫다.
장기적으로 간단한 요리 정도는 직접 만들어 먹는 습관을 균형 있게 실천하길 권한다. 많은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조리 과정을 덜 거치는 것이 건강식이다. 가급적 자연식품을 선택하고, 튀기기보단 굽고 찌는 조리법을 습관화하는 게 도움된다. 고기에 양념하면 간장·소금·설탕 등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므로 그대로 구워 먹거나 삶아 먹는 게 좋다. 채소도 생으로 먹을 때 좋은 성분을 더 섭취할 수 있다. 데치고 무치는 과정에서 수용성 비타민이 파괴되고 조미료가 더 들어간다. 드레싱으로는 오메가3가 많은 들기름, 올리브유를 약간 넣으면 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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