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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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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당은 과거 불법 정치자금 창구…'차떼기 사건' 뒤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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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당 제도의 폐지는 우리나라 정당사에 획기적인 일로서 향후 정치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중앙일보

16대 대선 당시 발생한 '차떼기 사건' 이후 한나라당은 '천막당사'를 차리며 쇄신을 시도했다. 2004년 당시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들이 염창동 당사에 보관되어 있는 컨테이너 건물에서 회의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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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 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당법소위 소속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지구당 폐지를 골자로 한 정당법 개정안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1962년 정당법 제정 이후 40여년 간 국회의원 지역마다 운영돼 온 지구당을 없애고 각 정당이 중앙당과 시ㆍ도당만 둘 수 있도록 한 정당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의결됐다.

정당의 지역 의견을 수렴해 중앙당에 전달하는 세포조직 역할을 해온 지구당 폐지 논의를 촉발시킨 건 16대 대선의 이른바 ‘차떼기 사건’이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대선 자금을 모으기 위해 기업으로부터 현금 수백 억원을 수수한 해당 사건을 계기로 정치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오세훈 한나라당 의원이 주도한 이른바 ‘오세훈법’(정치자금법ㆍ정당법ㆍ공직선거법 개정안) 중 하나가 지구당 폐지였다. 당시 사무실에 상시 인력을 배치하고 당원 행사를 개최하는 등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돈 먹는 하마’로 불려온 지구당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컸다. 후원금 모금을 매개로 한 지역 토호세력과의 유착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이후 지구당을 둘 수 없자 지역 관리가 어렵다는 불만이 빈번하게 제기됐다. 결국 법 개정 1년 만인 2005년 각 정당은 당원협의회(국민의힘)ㆍ지역위원회(더불어민주당) 등 사실상 지구당과 유사한 조직을 만들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들 조직은 법상 공식 정당조직이 아니어서, 지구당처럼 사무소를 별도로 설치할 수 없고 유급 직원을 고용할 수 없다. 후원금 모금도 할 수 없다.

지구당 부활을 주장하는 측에선 “지구당 부재로 지역 유권자와의 소통 경로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사무소를 두고 당원 행사를 개최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구에서의 유기적인 활동이 어렵다는 취지다.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을 둘 수 있는 현역 의원과 달리 원외 당협(지역)위원장들은 선거기간을 제외하면 정치자금 모금이나 지역사무실을 운영할 통로가 없어서 “지구당 폐지가 현역 기득권만 강화한다”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09년 논문 ‘지구당 폐지의 문제점과 부활을 둘러싼 쟁점 검토’에서 “지역수준의 정치활동이 선거구를 토대로 이루어지는 정치현실에서 정당의 기초조직 운영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려 의견도 적지 않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지구당 운영에는 돈도 굉장히 많이 들고, 인력도 많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온라인 정당 활동이 활발한 현재 상황에서 ‘지역 유권자와의 소통창구가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정당 운영이 많이 투명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돈 봉투 사건’ 같은 게 발생하지 않느냐. 지구당이 불법 정치자금이 오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라고도 했다.

“돈 있는 사람만 정치하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구당 운영에 돈이 많이 들다 보니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만 정치하지 않겠는가”며 “지구당 부활과 함께 운영 비용 양성화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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