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정치개혁" 이재명 "중요 과제"
"원외 위원장 표심 노리고" 비판도
한동훈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병원 인근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동작살리기’ 지원유세에서 나경원 서울 동작을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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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정치자금의 온상으로 지목돼 2004년 폐지한 '지구당'을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부활 찬성 입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위시한 야당에서도 힘을 실었다. 이들은 당원 민주주의 강화, 정치 진입장벽 완화를 명분으로 들고 있다. 하지만 과거 문제로 지적된 지역 유지와의 유착, 음성적 정치자금 조달 등의 병폐가 지난 20년간 별반 개선되지 않아 지구당 부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구당 부활이 정치개혁" 여야 한목소리
한 전 위원장은 30일 페이스북에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썼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관련 내용을 담은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나경원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원외 당협위원장 활동을 해보니 정치자금 모금이 문제"라며 "당연해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황우여 비대위원장 역시 최근 비공개회의에서 지구당 부활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서도 찬성 여론이 적지 않다. 김영배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에 지역당을 허용함으로써 선거구 단위의 정당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자 한다"며 공직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대표도 지난 23일 당원 행사에서 "지구당 부활도 중요한 과제"라며 힘을 실었다.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폐지... 與 전당대회 앞두고 부활 힘 실려
지구당은 과거 국회의원 선거구 단위로 설치됐던 중앙당 하부 조직을 말한다. 지역구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중앙 정치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됐지만, 사실상 지구당위원장의 선거 사조직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특히 2002년 일명 '차떼기 사건'(한나라당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거치면서 집중포화를 맞았고, 결국 2004년 오세훈 서울시장(당시 한나라당 의원) 주도로 폐지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IT서비스학회 2024 통합춘계학술대회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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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이 기류를 바꾸는 변곡점이 됐다. 원외 당협위원장과 현역의원 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원외 당협위원장은 지역구에 사무실을 둘 수 없고, 후원금은 선거기간에만 모금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연구소 등 개인 사무실을 사실상 지역구 사무실로 사용하는 편법도 횡행하고 있다. 윤 의원은 "정치신인들이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는 장벽을 낮춰주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여당의 경우 총선 참패로 원외 당협위원장이 의원들보다 훨씬 많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며 당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외 조직위원장 전원은 성명서를 내고 "지구당 및 원외 당협 후원회 제도를 다시 복원하자"며 "즉각 입법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한 전 위원장, 나·윤 의원 등 잠재적 당권주자들은 이들의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폐지됐던 이유 지금이라고 시정됐나" 비판도
반면 반대 주장도 적지 않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YTN 라디오에 나와 "지구당은 구태로 지목돼서 사라졌던 문화"라며 "지역 유지와의 유착, 이런 문제가 또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취재진과 만나 "부패정치 타파의 일환인데, 전당대회를 앞두고 원외 위원장 표심을 노리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지구당 폐지를 주도했던 오 시장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지구당은 정당법상 정당의 공조직이지만, 사실상 사조직으로 기능하며 부작용이 많았다"며 "그 당시에 폐지됐던 이유가 지금이라고 시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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