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루아르테 대통령 “주지사에 빌리는 실수”
‘대가성 귀금속’ 의혹, 검찰 출석해 조사 받아
현지에선 11월 정상회의 부정적 영향 우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이 지난 4월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 손목 위 시계를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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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인 페루에서 대통령발 정국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측근 비위, 시위 강경 진압 논란에 이어 고가의 시계 뇌물수수 의혹까지 더해진 결과다.
28일(현지시간) 엘코메르시오 등 복수의 현지 언론매체에 따르면 페루 국회 헌법 기소 분과위원회는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61)에 대해 전날 검찰이 제기한 ‘헌법 기소’ 동의안 심의 준비에 착수했다. 헌법 기소는 불소추특권을 가진 대통령을 특정 범죄 혐의로 기소할지 검토하는 절차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1만4000달러(약 1900만원) 상당 롤렉스 시계를 비롯한 고가의 귀금속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페루 매체는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2021년 부통령 취임 이후 공식 사진 1만여장을 분석해 취득 경위가 불분명한 고급 시계가 14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볼루아르테가 5만 달러(6800만원) 상당 카르티에 팔찌를 착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보도를 종합하면 그녀의 귀금속 총액은 50만 달러(약 6억8000만원)에 달한다. 대통령으로서 볼루아르테의 월급은 4200달러(약 570만원)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당초 롤렉스 시계를 비롯한 몇 점의 고가품에 대해 “내 노력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친한 아야쿠초 주지사에게 빌리는 정치적 실수를 했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은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롤렉스 등을 취득한 이후 대통령실 차원에서 아야쿠초에 도움이 되는 지원책이 여럿 나왔다며, 최소한 소극적 또는 수동적 뇌물수수 혐의는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롤렉스 시계 포함 귀금속에 대가성이 있지 않느냐는 취지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이날 검찰에 출석해 관련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페루 헌법상 수사기관은 현직 대통령의 경우 반란, 불법 의회 해산, 선거방해 등 3가지 혐의로 법정에 세울 수 있으며, 법적 논쟁은 있지만 이외 혐의도 검찰총장이 기소 동의를 요청해 국회에서 동의안을 가결하면 기소될 수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현지에서는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오는 11월 APEC 정상회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하야 여론이 비등하거나 의회가 탄핵 논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1년여 전 시위 강경 진압으로 40여명 사망자가 발생한 데 대한 책임론, 가족의 부당 영향력 행사 의혹에 따른 본인 및 주변 수사도 받고 있다. 대통령 탄핵안은 의회 총의석수 40% 동의로 발의되며,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있으면 가결된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지지도가 최저치여서 실제 국가적 스캔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앞서 2019년 칠레에서는 대통령 사퇴 시위 여파로 APEC 정상회의가 취소된 적이 있다. 당시 칠레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 개최도 포기해 국가신인도에 큰 손상을 입었다.
APEC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21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지역 경제협력체다. 내년 의장국은 한국이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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