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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인터뷰] ‘웃음의 대학’ 송승환 “시각장애 4급 판정, 그만둬야 하나 생각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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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웃음의 대학’ 웃음을 삭제해야 하는 검열관 役
“2인극 스트레스 크지만 카타르시스 있어”
“이순재·신구 선생님도 하는데…체력 될때까지 연기할 것”


스타투데이

배우 송승환이 연극 ‘웃음의 대학’ 무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ㅣ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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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늙으면 ‘웃음의 대학’ 검열관 역할을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웃음의 대학’에 출연하게 됐죠.”

배우 송승환(67)에게 무대는 집이다. 11살부터 무대에 오른 송승환이 연극 ‘더 드레서’ 이후 2년만에 ‘웃음의 대학’으로 연극 무대에 돌아왔다.

연극 ‘웃음의 대학’은 일본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대표작으로, 1940년 전시 상황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희극을 없애려는 냉정한 검열관과 웃음에 사활을 건 극단 ‘웃음의 대학’ 전속 작가가 벌이는 7일간의 해프닝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11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송승환은 웃음은 불필요하다 여기며 희극을 없애려고 하는 ‘검열관’ 역에 서현철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송승환은 “‘웃음의 대학’의 주제를 검열관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연극을 통한 인간성의 회복’이다. 검열관이라는 제도권 공권력이 연극 검열을 하면서 연극에 빠져들고 나중에는 동화돼 인간성을 찾아가는 이야”라며 “대사를 무척 잘 외우는 편인데, 암기하는 순서가 헷갈려 힘들었다. 리허설 과정에서 많이 익숙해졌고, 대사 노이로제에서 해방돼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웃음의 대학’은 2인극으로, 검열관과 작가 역을 맡은 두 배우는 100분간의 러닝 타임 동안 거의 무대를 떠나지 않는다.

송승환은 “거의 퇴장 없이 무대에 계속 있는게 쉽지 않다. 긴장을 길게 가져가야 한다. 2인극이라 집중도가 더 크다.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면서 “대신 캐릭터 몰입을 길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카타르시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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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승환은 “체력이 될때까지 무대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사진ㅣ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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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은 2018년 황반변성과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이 급속히 나빠져 4급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자신의 고향인 연극 무대를 떠나야 하는지 고민할 정도의 큰 일이었지만, 송승환은 결국 방법을 찾아냈다.

송승환은 “눈이 나빠졌을 때 ‘그만둬야 하나’ 생각했었다. 그래도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싶었다. 방법을 찾기 시작했더니, 여러가지 방법이 있더라. 대본을 보지 못해도 들을 수 있고, 방법을 찾을 때마다 재밌더라. 그나마 완전히 실명한게 아니니까 나머지는 방법을 찾으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본도 들으면서 외우고 있는데, 오히려 읽으면서 암기할 때보다 외우는 속도가 빠르다. 핸디캡이 있기 때문에 귀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송승환은 1965년 KBS라디오 어린이연속극으로 연기에 첫발을 들인 후 11살이던 1968년 연극 ‘학마을 사람들’ 무대에 처음 오르며 연극에 발을 디뎠다. 이듬해인 1969년에는 동아연극상 역대 최연소 특별상을 받았다. 송승환은 ‘에쿠우스’, ‘더 드레서’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

송승환은 “지금 이순재, 신구 선생님이 연극 무대에서 노익장으 과시하고 있다. 힘들어죽겠는데, 선생님들이 하시는 걸 보면 할말이 없어진다”면서 “언제까지 무대에 서겠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2, 3년 후가 될 수도 있고, 1, 20년 후가 될 수 있다. 체력이 가능할 때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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