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초선의원을 위한 오찬에서 여야 지도부와 잔을 부딪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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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은 21일 “팬덤 정치의 폐해가 생겨 진영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수박’으로 부르고 역적이나 배반자로 여긴다”며 “대의 민주주의의 큰 위기”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김 의장이 민주당의 극성 팬덤 정치, 계파 갈등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 박물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총선 당선자 연찬회에서 “지금은 정치인들이 당의 명령에 절대복종하지 않으면 큰 패륜아가 된 것처럼(공격당한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수박’은 이른바 ‘개딸’이라 불리는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비명계 인사들을 지칭하는 멸칭이다. 22대 총선을 거치며 민주당은 압도적 친명 일색으로 재편됐는데, 최근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에서 개딸들의 지지를 받던 추미애 당선자가 탈락하자 강성 지지층들은 다시 당내 ‘수박 분류’에 들어간 상태다.
김 의장은 진영 정치에 대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있다”면서 “나를 뽑은 사람만이 아니라 상대방을 뽑은 사람도 존중해야 하고, 적이 아닌 파트너로 상대방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여당에는 “대통령에게 아무도 ‘노(No)’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고, 야당을 향해서도 “당대표의 주장이나 당론을 거스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된 채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양극에 줄 서는 양상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야 간 공방이 끝나면 ‘저 사람은 참 훌륭하다’고 인정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정치를 하는 정치인에게 자꾸 ‘수박’이라고 한다”며 “무엇이 올바른 정치인지 잘 생각해달라”고 했다.
김 의장은 “국회의장으로서 가장 자괴감이 들었던 것은 9번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막지 못한 것”이라며 “정쟁을 거듭하다가 일방적 실력 행사와 거부권 행사로 상황이 종결되는 지금의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정치는 후진적”이라고도 했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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