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지정 거점동물원 1호 청주동물원. 시민들이 21일 청주동물원 야생동물보호시설 동물 등을 살펴보고 있다. 오윤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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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바짝 말라 ‘갈비 사자’로 불렸던 ‘바람이’를 입양한 일로 전국적 주목을 받았던 충북 청주동물원이 ‘동물복지 본보기 동물원’으로 거듭난다.
21일 낮 찾아간 청주시 상당구 명암동 청주동물원은 노란 옷을 입은 유치원생과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생기가 넘쳤다. 방문객들은 대부분 동물원 꼭대기에 자리 잡은 야생동물 보호시설부터 찾았다. 동물원 스타인 갈비 사자 바람이가 있어서다. 하지만 그곳엔 건강해진 바람이 대신 “공사 중, 오늘은 사자가 나오지 않습니다”라는 푯말이 걸려 있었다. 최익현(35)씨는 “아들한테 바람이를 보여주러 왔는데 안타깝다. 하지만 동물도 보고 숲속을 거닐며 사색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시민들이 21일 청주동물원을 찾아 동물 등을 관람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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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동물원은 다른 대도시 동물원에 견줘 작은 편이다. 사자·호랑이·수달 등 68종 296마리가 있는데, 2019년 85종 516마리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사육장 역시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원래 스라소니가 있었던 빈 사육장은 아예 ‘사람관’으로 꾸몄다. 안내판에 ‘좁은 공간을 더는 동물 사육에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자유롭게 들어가 동물원 동물이 되어보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다. 김정호 진료사육팀장은 “자연으로 방사하거나 생활하기 더 좋은 곳으로 보내면서 동물의 종과 수가 줄었다. 생활공간이 늘어나니 동물들도 행복해하고, 이런 동물을 보는 관람객도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청주동물원 ‘사람관’. 청주동물원은 스라소니 사육장이던 이곳을 관람객 등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했다. 오윤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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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지난 10일 동물복지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 청주동물원을 국내 1호 ‘거점동물원’으로 지정했다. 거점동물원은 동물원수족관법이 정한 시설·인력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청주동물원은 초음파·컴퓨터단층촬영(CT) 등 첨단 장비를 갖춘 동물병원을 마련하는 등 인력·관리·운영이 국내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야생동물보호시설과 천연기념물보존관도 운영한다.
청주동물원은 거점동물원으로서 사육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홍보, 동물의 질병·안전 관리, 종 보전·증식 등의 구실을 맡아 하는데, 환경부는 올해 이곳에 운영자금 3억원을 지원한다. 김 팀장은 “청주동물원은 야생의 동물을 우리에 가둬 보여주는 뻔한 동물원이기를 거부한다. 동물 복지·윤리를 소중히 여기고, 동물에 얽힌 이야기를 콘텐츠로 가공해 시민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동물원을 꿈꾼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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