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만에 수장 공백 해소…'또 판사출신' 의구심 털어내야
'채상병 사건' 특검 논의 속 임명…인력 수급 등도 과제
선서하는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 |
(과천=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넉 달에 걸친 '수장 공백' 사태를 21일 해소함에 따라 주요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낼 계기가 마련됐다.
오동운(54·사법연수원 27기) 신임 공수처장은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안 재가에 따라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1월 20일 전임 김진욱 처장이 퇴임한 지 122일, 2월 29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 2인을 추천한 지 82일 만이다.
공수처는 김 전 처장에 이어 여운국 전 차장도 지난 1월 28일 임기 만료로 퇴임한 뒤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부장 책임제로 운영돼 왔다.
직무를 대행해 온 김선규 수사1부장이 사직 의사를 표해 일시적으로 '대행의 대행의 대행'이라는 기형적 체제가 꾸려지기도 했다.
오 처장이 임명됨에 따라 22대 국회까지 공백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고 운영을 정상화할 기초를 마련한 셈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
다만 '오동훈호 공수처' 앞에 놓인 과제는 녹록지 않다.
우선 공수처 안팎에서 제기돼 온 수사력 부족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전임 김 처장과 여 차장 모두 판사 출신이라는 것을 수사력 부족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는데, 오 처장 역시 판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의구심이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공수처의 역량 강화를 위한 청사진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실행에 옮기느냐에 따라 오 처장을 향한 시선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 실무를 진두지휘할 공수처 차장으로 모두가 납득할 만한 실력 있는 인물을 제청하는 것이 첫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오 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의 현재 상황에 대해 "상당히 좋은 엔진을 탑재한 (차량이지만) 엔진 오일이 없는 정도"라며 "탁월한 수사력을 가진 차장을 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론의 시선이 집중되는 굵직한 사건들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도 당면 과제다.
공수처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다만 그간 정치권에서는 공수처가 이 사건 수사를 신속하게 하지 않았다는 불만 제기가 적지 않았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출국금지 해제 논란을 겪으면서 여권으로부터 "공수처가 선거 개입·정치질을 한다"고 공격받기도 했다.
공수처 설치에 앞장섰던 더불어민주당이 특검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도 공수처로서는 마음이 불편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얼마나 신속하게 사건의 진상을 남은 의문 없이 규명하느냐가 오 처장의 수사 지휘력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 사건 외에도 감사원의 국민권익위원회 표적 감사 의혹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여러 사건을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처리하면서 오랜 수장 공백으로 흐트러진 조직 기강을 바로잡고, 부족한 수사 인력을 수급하는 것도 신임 처장 앞에 놓인 과제다.
오 처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에 부여된 수사권과 기소권이 일치하지 않아 운신의 폭이 좁고 수사가 구조적으로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며 "수사권을 제대로 일치시키고 앞으로 특검 수요가 있으면 공수처도 적극적으로 활용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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