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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尹 거부권 당일, 공수처 ‘격노설’ 김계환·박정훈 같이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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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실에선 각각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이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는 오전에 먼저 김 사령관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 이날 오후 박 대령을 추가로 불렀다. 수사 외압 의혹의 첫 단추인 VIP 격노설의 양 당사자를 대질 신문하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소환일을 조정했다.

다만 이날 끝내 두 사람 간 대질은 이뤄지지 않았다. 공수처 수사팀은 조사 후반부에 접어들며 VIP 격노설 등을 확인하기 위한 대질을 시도했으나 김 사령관이 거부한 탓이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해병대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 지휘관과 부하가 대면하여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해병대에 더 큰 상처를 주어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대질 거부 사유로 들었다.

앞서 지난 5일에도 공수처는 김 사령관과 박 대령을 동시 소환해 조사하려 했다. 하지만 조사 당일 김 사령관이 갑작스럽게 조사 일정을 미루며 대질은 성사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31일 외교안보관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 대상에 포함한 해병대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의 진원으로 꼽히는 양 당사자다. 박 전 수사단장은 당시 김 사령관에게서 격노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주장하고, 김 사령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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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전 경기 양주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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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의 피의자인 김 사령관은 지난 4일 이후 17일 만에 다시 공수처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전 9시 20분쯤 공수처에 출석한 김 사령관은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말한 게 맞느냐’,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외압이라고 생각했느냐’, ‘박정훈 대령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보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변호인 없이 출석해 14시간가량의 고강도 조사를 받았던 지난 4일과 달리 이날은 변호인과 함께 공수처에 들어섰다.

박 대령 측은 오후 1시 32분쯤 공수처에 출석했다. 박 대령을 대리하는 김정민 변호사는 ‘김 사령관에게 할 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진실을 구하면 편안해진다. 권력자의 무분별한 칼춤 때문에 해병대가 다치고 있다”며 “오늘로써 종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수사 외압 의혹 첫 단추, ‘윤 대통령 격노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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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격노설은 수사 외압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첫 단추지만 현재 주요 인물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태다. 지난해 7월 31일 오전 11시쯤 열린 외교‧안보 분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질책했다는 내용이다. 이를 계기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임성근 1사단장을 혐의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조직적 개입에 나섰다는 게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이다.

실제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 이후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한 언론 브리핑과 국회 보고가 취소됐고, 사건 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 지시가 내려왔다. 채 상병 사건을 두고 대통령실‧국방부‧해병대사령부 간 이뤄진 통화 역시 이 회의 직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공수처는 이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외압 의혹의 ‘윗선’인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소환을 이어갈 예정이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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