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은 우리나라에서 1년에 3만 명 정도 새로운 환자가 발생한다. 폐암 하면 흡연자의 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엔 비흡연 여성에게서 폐암 발병이 늘었다. 다행히 비흡연성 폐암은 표적항암제에 대한 치료 성적이 우수한 편이다. 특히 국산 신약 31호이자 3세대 표적치료제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등장이 진료 현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강북삼성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윤규 교수와 그의 환자(60대 여성)에게 항암 치료 전략과 복약 후기를 들었다.
강북삼성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윤규 교수는 “표적치료제 단독·병용 요법 등 폐암의 약물치료 전략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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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폐암 발병 양상은 어떤가.
이윤규 교수(이하 이 교수) “동양권에서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 폐암은 흔히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에게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흡연자에게서 폐암이 잘 생긴다. 근데 흡연을 전혀 하지 않는 여성 환자에서 폐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만·일본 같은 동양권 국가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추세다.”
-이들에게 어떤 특징이 있나.
이 교수 “비흡연 폐암 환자에게서 EGFR 돌연변이가 많이 나타난다. ALK·ROS1 등의 유전자 돌연변이 역시 젊은 비흡연 여성에게 잘 발견된다고 알려진다. 유전자 돌연변이를 만들어내는 환경적인 요인이나 가족력 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비흡연자라도 폐암을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은 뭔가.
이 교수 “폐암은 암이 침범한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다. 성대로 가는 신경에 침범하면 쉰 목소리가 나고 흉막이나 갈비뼈 안에 침범하면 흉통과 갈비뼈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폐에 물이 차면 숨이 차고 뼈로 전이되면 뼈마디가 아픈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오는 객혈처럼 폐 질환의 특징적인 증상 역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오래 진행되면 전신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입맛이 떨어지고 체중이 감소하며 밤에 열이 나는 식으로 증상이 복합적으로 온다.”
-항암 치료는 주로 어떻게 이뤄지나.
이 교수 “표적이 뚜렷한 경우 표적치료제를 먼저 사용하고 표적치료제의 효과가 다한 상황에선 기존의 표준 항암제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 순서다. 최근엔 표적치료제와 기존의 항암제를 처음부터 병합해 쓰는 치료 전략이 일부에서 사용된다. 데이터가 쌓이면 앞으론 표적치료제만 쓰기보다 여기에 더해 다른 신약이나 주사 항암 치료제를 병용하는 치료 전략이 활용될 것으로 본다.”
-60대 여성 환자는 어떤 상태였나.
이 교수 “지난해 9월 숨이 차는 증상으로 일상적인 활동이 어려워 응급실에 왔다. 기본 검사에서 폐에 물이 찬 것을 확인해 흉수를 빼내 증상을 완화했다. 다른 질환과 감별하고 암이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선 조직검사를 시행한 결과, 폐암으로 확진됐다. 뇌에도 전이된 상태였다.”
-첫 치료제로 렉라자를 선택했다.
이 교수 “처음 어떤 약을 쓰는지가 환자 예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치료제 선택이 중요하다. EGFR 변이가 확인되면서 3세대 표적치료제인 렉라자를 권했다. 뇌 전이에 대한 조절 효과 역시 증명된 약이다. 렉라자는 당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시판 허가가 된 후 진료 현장에서 처방이 가능할 때까지 해당 약물을 무상 공급하는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약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치료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이 교수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증상이 빠르게 개선됐다. 현재는 영상의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병변이 최소화했다. 뇌로 전이된 부분도 마찬가지다. 효과 면에선 더는 좋아질 수 없는 상태까지 도달했다고 판단되므로 약효를 유지하면서 약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현재의 치료 목표다. 언제, 어떤 형태로든 병변이 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CT·MRI 같은 영상 검사를 진행하는 모니터링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복약하는 데 힘든 점은 없는가.
환자 “저녁 9시에 맞춰 약을 먹는다. 처음엔 병원에서 두통·설사가 있을 수 있다고 했지만, 전혀 없었다. 다만 복용 후 한 달 반쯤 됐을 때 구내염 증상이 나타나 2~3주 불편을 겪었다. 피부가 약간 붉어지는 현상도 있어 현재 의사와 상의해 부작용을 잘 관리하고 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치료에 임하나.
환자 “응급실에 오기 1~2개월 전부터 불면증과 식욕 부진을 겪었다. 나이도 있고 피로감이 있어 회복이 평소보다 느린가 보다 생각했다. 폐암 진단을 받고선 믿어지지 않아 혼란스러웠지만, 지금은 약물치료를 하면서 식사·운동·정서적인 면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데 신경 쓴다. 의사 처방을 잘 따르고 하루하루에 집중하는 태도가 치료에 도움되는 것 같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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