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바르셀로나가 유임을 발표한지 한 달도 안 돼서 차비 에르난데스 감독을 경질하려고 한다.
카탈루냐 매체 'RAC1'는 17일(한국시간) "차비 에르난데스는 다음 시즌 바르셀로나의 감독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만약 바르셀로나가 차비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정한다면 팬들이 받게 될 충격과 황당함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차비 감독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는데, 구단의 설득과 팬의 응원에 마음을 바꿔 지난달 25일 바르셀로나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바르셀로나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차비 감독의 유임을 지지했다. 그러나 유임 결정을 발표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경질할 수 있다는 소식에 전해져 팬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구단이 갑자기 마음을 바꾼 이유에 대해 매체는 "최근 바르셀로나는 알메리아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해 2위로 올라섰지만 주안 라포르타 회장은 며칠 안으로 차비를 해고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이유엔 그가 차비로부터 깊은 실망감을 느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라포르타 구단 회장이 차비 감독에게 실망한 부분에 대해선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이틀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라며 "알메리아 원정을 앞두고 차비는 기자회견에서 다음 시즌 라리가에선 레알 마드리드, 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유럽의 빅클럽들과 경쟁하는 게 매우 어려울 거라는 점을 인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이해한 바로는 라포르타 회장과 이사회 일부는 2가지 이유로 매우 화가 났다"라며 "첫 번째는 차비의 연설이 3주 전에 회장의 자택에서 햇던 승리주의적인 이야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승리주의적 이야기는 차비의 연임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또 "두 번째로 구단이 중요한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지만 차비가 이에 대해 이득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스페인 출신 차비 감독은 현역 시절 축구 역사에 남을 전설적인 미드필더였다. 스페인 축구대표팀과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던 미드필더였던 그는 뛰어난 패스 능력으로 클럽과 조국의 전성기를 연 주역으로 활약했다.
1998년 바르셀로나 1군에 데뷔한 차비는 통산 767경기 85골 184도움을 기록하며 라리가 우승 8회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를 포함해 트로피를 25개나 들어 올렸다.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A매치 통산 133경기 13골을 올리며 2010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공 월드컵을 우승하고,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도 2번(2008, 2012) 우승했다.
축구선수로서 매우 성공적인 커리어를 남긴 차비는 2015년 바르셀로나를 떠나 카타르 알사드에서 뛰다가 2019년 현역에서 은퇴한 후 지도자로 변신했다. 알사드에서 2년간 감독직을 수행한 그는 2021년 11월 바르셀로나 사령탑이 되면서 친정팀에 돌아왔다.
당시 하락세를 겪으며 라리가와 UEFA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은 차비 감독은 뛰어난 리더십으로 팀을 장악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2년 차인 2022-23시즌에 라리가 챔피언으로 등극하면서 4년 만에 리그 우승 트로피를 클럽에 선물했다.
어느덧 바르셀로나를 지휘한지 3년 차가 된 차비 감독은 지난 1월 2023-24시즌이 끝나면 지휘봉을 내려 놓고 팀을 떠나겠다고 발표했다.
차비 감독은 지난 1월 비야레알과의 2023-24시즌 스페인 라리가 22라운드에서 3-5 역전패한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즌이 끝나면 바르셀로나를 떠날 것이다. 난 6월 30일이 되면 클럽을 떠난다. 후안 라포르타 회장, 그리고 스태프들과 논의 끝에 결정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팀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바르셀로나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 결정이 전반적인 상황을 완화시킬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책임감을 느낀다. 며칠 전에 떠나기로 결정했고, 이제 이 사실을 발표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난 구단의 문제가 되고 싶지 않다. 2년 전 그랬듯 바르셀로나의 해결책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당시 차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 놓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성적 부진이다. 지난 시즌 라리가 챔피언으로 등극한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와 지로나에 밀려 3위에 위치했고, 연초에 치른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스페인 슈퍼컵)에서 레알에 1-4로 완패해 사비 감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다.
바르셀로나 수뇌부도 차비 감독의 사임 의사를 받아 들였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생각을 바꿨다. 그들은 차비 감독에게 좀 더 바르셀로나를 이끌어 줄 것을 설득했다.
구단의 설득에도 차비 감독은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지난 22일 라리가 32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와의 '엘 클라시코'에서 2-3 패배를 당한 뒤 사비 감독은 "시즌이 끝나면 팀과 작별 인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차비 감독과 바르셀로나 간의 이별이 예정대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바르셀로나가 결국 사비 감독의 마음을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구단의 지속된 설득과 팬들의 응원에 차비 감독은 사임 결정을 번복하고 계속 바르셀로나를 지휘하기로 결정했다.
유임이 확정된 후 그는 "난 바르셀로나의 열렬한 팬이고, 항상 클럽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라며 "최근 난 이사회와 클럽으로부터 큰 자신감을 얻었다. 선수들의 지지는 내게 프로젝트가 끝나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해줬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계속 싸워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준 팬들의 지지도 매우 중요했다"라며 "팬들은 거리에서 날 격려해 주고 반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강인하고 능력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 1월엔 떠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남는 게 최선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또 "1월에 심신과 클럽 차원에서 사임이 최선의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팀과 클럽엔 변화가 필요했다.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라 그런 결정을 한 건 아니다"라면서 "확실히 그때 그 결정은 잘못됐다. 지금은 그 반대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차비 감독이 잔류하자 라포르타 바르셀로나 회장도 기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홈페이지를 통해 "차비가 바르셀로나 1군 감독직을 계속 맡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라고 밝혔다.
그는 "차비가 시즌 중반 몇 가지 발언을 한 것을 알고 있지만 어제 우린 이야기를 나눴고, 차비는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과 팀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야망을 내게 전달했다"라며 "이제 우린 더욱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고, 개선을 위해 일부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프로젝트엔 안정성이 필수이다. 아주 어리거나 경험이 약간 있는 선수들로 구성된 우리 팀엔 이런 안정성이 필요하다"라며 바르셀로나 레전드인 차비 감독을 잔류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또 "차비가 여전히 바르셀로나 감독이라는 건 자부심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약 3주 전에 했던 발언이 무색하게 라포르타 회장은 차비 감독의 마인드에 실망해 그를 경질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사임 의사를 전한 지도자의 마음을 되돌린지 불과 한 달도 안 돼서 경질한다면 축구 역사상 가장 황당한 사건 중 하나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차비 감독은 다음 시즌에도 팀을 이끌겠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매체에 따르면 그는 "난 매우 기쁘다. 우리는 클럽의 주요 목표인 타이틀 획득에 대한 모든 야망을 가지고 데쿠(바르셀로나 디렉터)와 함께 다음 시즌을 계획하고 있다"라며 2024-25시즌을 대비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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