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마시는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 |
(서울=연합뉴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동안 드러난 흠결과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는 못 미쳤다. 오 후보자는 이날 딸에게 재개발 지역의 부동산을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세무사의 자문에 따른 절세 차원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오 후보자의 딸은 20세였던 2020년 8월 재개발을 앞둔 성남시 주택을 어머니로부터 4억2천만원에 구매했는데, 구매대금과 증여세 낼 돈을 아버지한테 증여받은 3억5천만원과 대출금으로 충당했다. 고위공직자가 세법 지식을 이용해 '세테크'를 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오 후보자는 배우자를 자신이 근무했던 로펌의 운전기사로 채용했다는 논란에 대해선 "직원 한 명분의 직무를 수행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오 후보자의 부인은 2018년 1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22개월간 남편이 일했던 로펌 금성에서 차량 운전직으로 일했다고 한다. 야당에선 탈세를 노린 위장취업이 아니냐며 부인이 실제 근무한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소명 자료를 재차 요구했다. 또 법관 재직 때인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 서울 송파병 선거구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300만원을 후원하면서 직업을 '자영업'으로 기재한 논란과 관련해서는 "제가 아니라 실무자가 그렇게 기재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정치후원금을 내면서도 떳떳하게 직업을 밝히지 못했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책이 나왔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사안들이다,
공수처장은 고위공직자의 범죄 혐의 수사를 지휘하는 자리다. 어떤 공직 후보자보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도덕적 흠결이 적잖은 것으로 드러난 오 후보자가 이날 청문회 해명에도 불구하고 과연 공수처장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 더욱이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기관이니만큼 언제든 외압에 노출될 수 있다. 현재 공수처에는 수사 중인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사건 같이 정치적 휘발성이 큰 사건이 여러 건 접수돼 있다. 오 후보자는 공수처가 지켜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꼽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이날 질의에 앞선 모두 발언에서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내겠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척결해 국가 투명성과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오 후보자의 말대로 공수처가 외압에 맞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선 국민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고위공직자 가족이 법 테두리 내에서 그들의 법률 지식과 네트워크를 동원해 세금을 줄인 것이 불법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세법에 능하지 않은 평범한 국민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작지 않을 것이다. 도덕성에 흠집이 난 후보자가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수사'를 다짐한들 얼마나 많은 국민이 그 약속을 신뢰할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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