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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군대서도 별 다는 시대, 목사는 왜 안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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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열린문교회 이광우 목사

“교회 성차별에 청년들 떠나가

女목사 안수로 변화 선도해야”

동아일보

이광우 목사는 “요즘 교회에서 젊은이들이 급감하고 있다”라며 “양성평등에 익숙한 청년들이 그렇지 못한 교회 안의 모습을 보고 실망해 떠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주=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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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도 여성이 별을 다는데, 아직도 여성 목사를 허용하지 않는 교회가 있으니 안타깝지요.”

14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열린문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에서 만난 이광우 담임목사(총신대 법인 이사)는 “교회가 변화를 선도해야 하는데 대형 교단조차 여성은 남성의 보조적 역할이라며 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곳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보수적 분위기가 강한 종교계에서 오랜 기간 여성 목사 안수 허용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목사는 “일반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안 뽑거나 승진이 누락되면 당장 고발될 일이 일부 교회 안에서는 수십 년간 일어나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국내 개신교 교단에서 여성 목사는 극소수. 지난해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목사 이영훈)가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한꺼번에 여성 목사 40여 명을 배출했지만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전체 교단에서 여성 목사는 여전히 매우 적은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 대형 교단은 아예 여성에게는 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장로는 교단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남성이 차지하고 있다.

“여성 목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고린도전서 14장 34절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35절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라는 사도 바울의 말을 근거로 들어요. 고린도전서는 바울이 교회 내부 문제를 고치기 위해 쓴 서신이기 때문에 많은 말이 생략돼 있습니다. 그걸 문맥과 시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어 그대로 해석하는 게 맞습니까?”

그는 “여성이 교회에서 말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면 여성 전도사, 여성 권사, 교회 학교 여교사, 여성 성가대원 모두 입 다물고 예배만 드려야 한다”며 “기득권에 빠진 남성 우월주의를 감추기 위해 성경 핑계를 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목사 안수를 주지 않으면서 여학생은 받는 일부 신학대학원의 모순도 개탄했다. “똑같이 입학하고, 똑같이 공부하는데 여성은 목사가 될 수 없어요. 목사 안수를 안 줄 거면 최소한 입학도 받지 않아야 하지 않습니까. 심지어 문제를 제기하는 여학생에게 ‘여자는 목사 안수 못 받는 거 알고 입학하지 않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이 목사는 “상황이 이러니 여성 신학대학원생 중에는 여성 목사를 허용하는 다른 교단으로 옮기거나, 목사의 꿈은 포기하고 전도사로 지내거나, 아니면 아예 사역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일부 교계 지도자가 여성 목사 안수 불허가 남녀 차별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역할 구분일 뿐이라고 하는데, 궤변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이런 말을 계속 듣다 보니 일종의 세뇌가 돼 남성들은 물론이고 여성 신자들까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기성 어른 교인들과 달리 어릴 적부터 양성평등 교육을 받은 청년들은 교회에서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이런 것에 실망한 많은 청년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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