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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늦은 산재보험금..대법 “지급일까지 평균임금 증액 계산"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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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이 정당한 이유 없이 산재 보험금의 지급을 미룬 경우, 보험금을 실제로 지급한 날까지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증액해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JTBC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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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은 진폐증 진단을 받은 노동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평균임금을 정정하고 그 차액을 지급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분진이 가득한 작업장에서 일하던 A씨는 2004년 진폐증(폐에 분진이달라붙어 폐 세포에 염증과 섬유화가 일어나는 질병)을 진단받았습니다.

당시엔 진폐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인정받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공단은 "진폐증도 산업재해로 보고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이어지자 업무 처리 지침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도 과거에 진폐증을 얻은 노동자에 대해선 '소멸시효'를 이유로 장해급여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A씨도 2016년, 2017년 두 차례 신청했지만 또 거절당했습니다. 공단은 "소멸시효를 이유로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확정된 뒤에야 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A씨에게 장해일시금 900여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진폐증 진단을 받은지 14년 만입니다.

공단이 산정한 장해일시금 900만 원은 2004년 A씨의 평균임금을 근거로 했습니다. A씨 측은 "급여의 실질가치가 떨어졌다"며 평균임금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정정하고, 그 차액을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소송의 쟁점은 '평균임금을 언제를 기준으로 계산해야하는지'였습니다. 공단은 2004년을 기준으로 계산했고, A씨 측은 실제로 장해급여가 지급된 2018년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 2심에선 A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1심은 "평균임금 증감 제도가 있지만, A씨가 받은 일회성 보험급여가 아닌 일정기간 동안 반복 지급되는 보험급여에 적용되는 것"이라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심은 1심과 달리 "일회성 보험급여도 평균임금 증감제도 적용 대상은 맞다"면서도, "병을 진단받은 날을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역시 A씨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험급여 지급이 결정된 날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증감해 다시 계산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공단이 정당한 이유없이 지급을 거부하거나 늦춰 보험급여의 실질적인 가치가 떨어진 경우, 보험급여 지급 결정일까지 평균임금을 증가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산재노동자의 책임으로 보험금 지급이 늦어지는 경우까지 평균임금을 다시 계산할 필요는 없지만, 공단의 책임으로 보험금 지급이 늦어진 경우에 과거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산재 노동자가 보험급여를 늦게 받는 경우,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급여의 실질가치 하락에 대한 손해를 구제할 방법이 따로 규정돼있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지연보상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보험급여의 실질적인 가치가 유지되도록 증감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은 진폐근로자의 장해보험일시금 등 산정에 관한 것으로, 향후 일시금 형태의 다른 보험급여 사건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단이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조해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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