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갈등에 "욕심 너무 차려 문제…원수도 사랑하라고 했다"
"정치인 오면 '열심히 하라' 부탁…골 넣으려고 차도 튕겨 나오기도"
"벽에 틈 생기면 바람이, 마음 틈 생기면 마 침범…뭉쳐야"
(양산=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의 정신적 지주인 종정 성파 대종사는 "사람 몸을 받아서 태어난 것 자체가 금수저"라며 허송세월하지 말고 남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라고 당부했다.
불기 2568(2024)년 부처님오신날(5월 15일)을 앞두고 이달 2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성파스님은 인생의 소중함을 깨닫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잘못된 일을 하는 사람에게서도 배우라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에 관해서는 "자기 욕심을 너무 차린다"며 '원수도 사랑하라'는 성인들의 가르침을 따르라고 권했다.
그는 "벽에 틈이 생기면 바람이 들어오고, 마음에 틈이 생기면 마가 침범한다"며 분열과 대립에 우려를 표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성파스님 |
성파스님은 자신을 찾아오는 정치인들을 향해서는 "몸과 마음을 다 건전하게 가지고 열심히 해 달라"고 부탁할 뿐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1939년 경남 합천에서 출생한 성파스님은 월하스님을 은사로 1960년 사미계를, 1970년 구족계를 각각 받았다. 조계종 사회부장·교무부장·규정부장, 통도사 주지, 학교법인 영축학원 이사장, 조계종 원로위원을 지냈고 2014년 종단 최고 법계인 대종사에 올랐다. 2018년에 영축총림 통도사 큰어른인 방장이 돼 불보사찰의 대중과 함께하고 있다. 2021년 12월 조계종의 상징적 최고 지도자인 종정으로 추대됐다.
수행뿐만 아니라 왕성한 문화·예술 활동으로도 유명하다.
성파스님과 은사의 사진 |
통도사 차밭을 재건해 선농일치(禪農一致) 정신을 실천하고 한지를 제작하거나 통도사에서 창건 때부터 이어져 온 된장·간장 제법을 확립했다. 다음은 성파스님과의 일문일답.
-- 공부를 많이 하시는 것으로 유명하다.
▲ 공부는 끝이 없다. 알면서도 하는 데까지 해 본다는 마음이다. 나이가 많아서, 기운이 없어서 못 한다는 생각은 안 한다. 사람의 몸을 받게 된 것을 불가(佛家)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 (생물은) 태생(胎生)·난생(卵生)·습생(濕生·뱀이나 개구리 등 습한 곳에서 태어나는 생물)·화생(化生·기생하지 않고 스스로 업력에 의하여 갑자기 화성하는 생물)의 4가지, 태란습화(胎卵濕化)로 난다. 그중에 사람으로 태어나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이 얼마나 소중하냐. 나의 경우에는 생명이 있는 한, 정신이 있는 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은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금수저, 흙수저라는 표현을 어떻게 보는지.
▲ 사람 몸을 받아서 태어난 것 자체가 금수저다. 산만한 금덩어리보다 내가 더 중하다. 생명이 더 귀중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너무 예사로 생각하는 것 같다.
통도사 서운암의 장독대 |
-- 태어난 것 자체가 귀한 일인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다.
▲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소중한 몸을 귀하게 여기고 살아야 한다. 왜 허송세월하는가. 남이 잘한다 혹은 못 한다고 말하기 전에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자신을 갈무리하기 바쁘므로 남에게 시비할 여가가 없다.
-- 어린 시절 출가 전에 명심보감을 공부했는데.
▲ 명심보감(明心寶鑑)은 마음을 밝히는 보배 거울이라는 의미다. 그때 내가 지은 시가 있다. '아심(我心)은 여명경(如明鏡) 하여, 조진불염진(照塵不染塵)이라', 즉 내 마음은 명경(맑은 거울)과 같아서 티끌이 비치기는 하지만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모든 사물을 접할 때 '아 그렇구나'하는 정도다. 비치지만 거기에 영향을 안 받는 것이다.
▲ 그런 것도 괜찮다. 용사혼잡 범성동거(龍蛇混雜 凡聖同居), 즉 용과 뱀이 같이 섞여 있고 성인과 범부가 동거하고 있다고 한다. 사바에 흙이 없으면 금이 존재할 수 없다. 깨달아서 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보고 불교 믿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좋은 일이다. 나쁘다고 따질 것은 없다.
-- 깨달음이 없었어도 결과적으로 좋은 상황인지.
▲ 방편(方便)이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불난 집 안에 아이가 있다고 하자. 타 죽는다고 나오라고 해도 알아듣지 못하면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먹을 것이 있다며 빨리 나오라고 하는 것이다. 바르게 설명하면 못 알아들으니 소용이 없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이야기해서 어서 나오게 하는 것을 방편이라고 볼 수 있다.
16만 도자 대장경 보관한 장경각과 성파스님 |
-- 임시방편이라고 할 때 방편인지.
▲ 그렇다. 거짓말이지만, 참말보다 효과가 있는 것이다. 거짓말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웃음)
-- 보통 스님들이 하지 않는 여러 가지 활동했는데.
▲ 도 닦는 승려 생활 안 하고 엉뚱한 짓 한다는 말인가. 그런 것도 하지만 정식으로 하는 것도 내가 열심히 했다. (웃음)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방장이 되고 종정이 되겠는가.
-- 전통문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 1300년 동안 그 하던 것(장 담그기)을 그대로 전수해 내가 하고 있다. 국가에서 인간문화재로 정하지 않았지만 나 자신이 인간문화재라고 생각한다. 며칠 걸릴 정도로 할 말이 많다. 그런데 나는 과거의 것만 생각하는 게 아니다. 과거의 것을 현재까지 전승하고 거기서 머물지 말고 미래 지향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 불교계는 출가자 감소를 우려한다.
▲ 닥치면 해결된다. 옛날에는 스님들이 기와도 구웠고, 불상도 조성했고, 목수도 했다. 탱화도 그리고 터를 닦고 집을 지었다. 스님 숫자가 적으면 적은 대로 방법이 또 나온다. 여름이 되면 사람들이 여름옷을 꺼내서 입고 겨울에는 스키를 타러 간다.
-- 어떤 작가가 녹여 먹는 부처 모양 초콜릿을 만들었다. 불경스럽다는 지적도 있었고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다는 가르침을 표현했다는 해석도 있었다.
▲ 형상은 성·주·괴·공(成·住·壞·空)이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물체가 생긴다. 그것이 이룰 성이다. 머무를 주는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언젠가는 또 무너진다(무너질 괴). 그러면 공(빌 공)으로 돌아가 완전히 없어진다. 우주의 법칙이라는 것은 공에서 성, 주, 괴, 공으로 돌아가게 돼 있다.
-- 공부도 하고 일도 많이 한다. 어떻게 하는지.
서운암의 성파스님 |
▲ 동시구진법을 쓴다. 전쟁 때 여기 한방, 저기 한 방 때리는 대신 융단폭격하는 것처럼. 이거 하나 한 다음에 다른 것을 하는 게 아니라 같이 벌여 놓고 밀고 나간다. 한 가지 하고 나서 또 한 가지 하면 10년씩 걸리는데, 일생이 한정돼 있어 몇 개 못 하니 동시에 해보는 것이다. 재미로 해보는 것이다. 성과는 내가 (판단) 안 한다. 권투를 하면 심판은 다른 사람이 한다. 싸우는 놈이 심판하지 않는다.
-- 스님은 선수이고 심판은 따로 있는지.
▲ 그렇다. 내가 결론을 내고 다 할 필요는 없다.
-- 어떤 사람들은 누군가를 계속 비난한다. 이 사람은 이래서 싫고 저 사람은 저래서 싫다고.
▲ 시비를 따지는 것이다. 이 사람이 이래서 안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싫다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은 이게 안 좋으니 나는 그런 짓을 안 하겠다. 이 사람이 이래서 좋으니 그것을 본받아야겠다'라고 하면 좋은 일 하는 사람도 나쁜 일 하는 놈도 나의 스승이 된다. 보통 잘하는 것은 본받아서 스승이라고 하지만 잘 못 하는 건은 나쁜 놈 취급한다. 나는 그렇게 안 한다. 잘못하면 놈도 나한테는 스승이다.
16만 도자대장경과 성파스님 |
-- 의대 정원을 놓고 대립과 증오가 이어진다. 갈등을 극복할 방법이 있을까.
▲ 부처님 말씀대로 하면 세상이 시비가 많이 없고 편할 것인데 그렇게 안 하니 시끄럽다. 자기주장을 너무 하고, 자기 욕심을 너무 차리고, 상대를 다 나쁘게 보고, 상대를 해롭게 하려고 해서 문제가 생긴다. 부처님은 대자비심을 베풀라고 했다. 기독교에서도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이 있다. 원수도 사랑해야 할 판에 원수 아닌 사람을 왜 원수로 만드는가. 옛 성인들 말을 들으면 괜찮을 것인데 안 들으니 세상이 복잡하다.
-- 아는 대로 하는 것이 왜 안 되는지.
▲ 우리에게 얘기해보라고 하지만 (그들이) 더 많이 아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세상 경험도 (그들이) 더 많고 해볼 것도 다 해봤다. 그런 사람들에게 할 말이 없다. 나는 반장도 안 해봤는데, 뭘 안다고 잘 아는 사람들에게 이래라저래라 말을 하겠는가. 검사·판사도 하고 교수도 하고, 정치도 하고 다 훌륭한 사람들이다. 그런 훌륭한 사람들에게 우리 같은 사람은 할 말이 없다.
성파스님과 옻칠 반구대 암각화 |
-- 배운 대로 살기는 어려운 것 같다.
▲ 오나라 말세에 사람들이 다 자기 말이 옳다고 하니 수지오지자웅(誰知烏之雌雄),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알겠느냐고 했다. 닭이나 꿩은 암수가 표시가 나는데 까마귀는 잘 안 난다. 지금 어느 게 암까마귀인지 수까마귀인지 모를 판이다. (웃음) 다 자기 말이 옳다고 하니까.
-- 부처님오신날 맞아 주목하는 가르침은.
▲ 부처님은 49년 동안 설법을 하시지만, 마지막에 '나는 한 마디도 설한 바가 없다'고 하셨다. 그 법문을 이제 알아들어야 한다. 각자가 다 부처라는 것이다. 깨닫지 못해서 중생이고, 깨달으면 부처인데 그걸 깨달으라는 말이다. 깨닫기 전에는 어두운 세상이고 깨달으면 밝은 세상이다.
통도사 서운암 장경각 |
-- 통도사에 정치인들이 찾아오면 무슨 얘기를 들려주는지.
▲ 정치인들에게 내가 할 말이 있겠나. 다 잘해보라는 것밖에 말할 것이 없다. 어떻게 해라, 저렇게 해라. 그런 말은 내가 할 것이 없고.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몸과 마음을 다 건전하게 가지고 열심히 해 달라고 하는 부탁이다.
-- 정치인들이 지금 잘하고 있다고 보는지.
▲ 잘한다고 하지 않나. 잘한다고 해도 못 할 수도 있다. 축구하는데 골대에 넣으려고 찼는데도 안 들어갈 수도 있다. (웃음) 넣으려고 차지, 안 넣으려고 차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밖으로 튕겨 나가는 것도 있고 골대에 안 들어가는 것도 있고 그렇다. 격려하는 수밖에 없지. 열심히 뛰는데도 골대에 안 들어갈 수가 있는데 안 들어갔다고 그 사람을 벌을 주겠나. (웃음)
-- 분열과 갈등이 심각한데.
▲ 벽격풍동(壁隔風動)하고, 심격마침(心隔魔侵)이라. 벽에 틈이 생기면 바람이 들어오고, 마음에 틈이 생기면 마가 침범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우리끼리 싸우면 틈이 생기고 외침을 당할 수가 있다. 안으로 뭉쳐야지 쪼개지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이래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찌 되겠나 걱정이 많이 된다. 부처님오신날을 기해서 마음의 등불을 밝혀서 사람들이 어두운 사회가 좀 밝아지도록 했으면 좋겠다.
법장 봉정받는 조계종 신임 종정 성파 대종사 |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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