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스포츠계 사건·사고 소식

[단독] ‘취업사기’ 독립야구단 이사, 이번엔 전지훈련비 횡령 및 임금체불로 잠적…선수 꿈,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독립구단 선수들은 오늘도 간절하게 피땀을 흘리며 프로 입성만 꿈꾸고 있다. 그런 간절함을 이용한 사기행각에 선수들은 피눈물을 흘린다. 사진 | 게티이미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피해자만 30명이 넘는다. 중학생 선수도 9명 포함됐다.

새벽같이 일어나 운동장을 뛴다. 프로에 가기 위한 꿈 하나만 바라보며 누구보다 열심히 땀흘린다. 보다 못한 감독도 선수들 공을 받아주러 집을 일찌감치 나선다. 그런데 구단을 운영하는 책임이사는 프로야구 취업 알선 사기도 모자라 선수 전지훈련비 횡령 및 감독·코치진 임금 체불까지 해놓고 잠적했다. 피해자만 30명이 넘는다. 경기도 독립구단 P의 현주소다.

P 구단 이사 S가 공금 횡령 및 사기사건으로 고소 당했다. S이사의 행각에 감독, 코치 선수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있다. 해당 이사는 지난 겨울, 프로야구 A구단 감독과 친분을 빌미로 소속 구단 선수들에게 수천 만원의 소개비를 받은 뒤 알선을 해주지 않은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해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 S이사는 소속 구단 선수들 전지훈련비도 가로챘다. 인당 390만원, 전지훈련 참여자는 총 27명으로 해당 구단 코치들이 운영하는 아카데미 학생 9명도 포함됐다. 전지훈련 참가는 자율에 맡겼으나 선수들은 프로에 가기 위해 더 열심히 훈련하고 싶다며 참가를 신청했다. 한 선수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새벽에 식당 알바를 뛰면서 어렵게 돈을 모았다. 그렇게 전지훈련비 약 1억 원이 모였다.

프로행 희망을 품고 지난 1월말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갔으나 S이사는 훈련에 필요한 비용을 제대로 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S이사의 프로구단 취업 사기 사건이 터졌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코치진은 잠적한 S이사 대신 그의 아내이자 운영팀장인 L에게 전지훈련비 사용내역이 담긴 경비내역 및 영수증 공개를 요청했으나 여러 핑계를 대며 거부했다. 당시 입금 계좌는 명의는 ‘P구단’이 아닌 L 운영팀장 명의로 된 개인 계좌였다.

전지훈련비 일부를 가로챈 것도 모자라 구단 감독, 코치진은 지난해 2월부터 5월 현재까지 월급을 단 1원도 받지 못했다. 4개월 이상 임금이 체불된 셈이다.

스포츠서울

독립구단 선수들은 오늘도 피땀 흘리며 프로 입성을 꿈꾼다. 그러나 부부 사기 행각으로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하고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S이사의 사기행각이 잠적 중에도 이어졌다는 점이다. S이사는 미국에서 P구단으로 입단하기로 한 선수들에게 월회비를 3개월치 요구했다. P구단을 이끌고 있는 C감독은 부임 이래 선수 부담을 덜기위해 월회비를 없앴는데, S이사는 이 사정을 모르는 선수들에게 돈을 요구했다. C감독 이름을 이용해 후원금을 갈취하려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렇게 받은 돈은 개인 채무 빚을 갚는데 썼다. S이사 부인 L 운영팀장은 지난 3월 구단 코치진과 한 차례 만나 이 사실을 자백했다.

P구단은 현재 구단 직원도, 자금도 없는 상황에서 개인 사비를 들여가며 프로 진출을 위해 피땀 흘리고 있다. 훈련장 대관 비용부터, 생수 비용, 경기장 이동을 위한 단체버스 대관비용까지 모두 한 푼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C 감독은 스포츠서울의 인터뷰 요청에 “프로에 가지 못해도 좋은 선수들이 정말 많다. 이 친구들을 프로에 보내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했는데, 선수와 코치진의 열정을 이용해 구단 운영자가 공금을 횡령했다. 상황이 힘들다. 선수들이 더 힘들어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독립구단이 더 잘 되길 바란다. 독립구단이 발전해야 프로야구도 발전한다. 그런데 자격 미달인 사람들이 독립구단을 돈 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구단 운영을 맡고 사기·횡령을 저질렀다. 야구 선배로서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현재 P구단 감독, 선수들은 연고지내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러나 이 사태가 언제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해당구단 선수단은 이를 악물고 뛰고 있다. 올시즌 독립리그 7개 구단 중 상위권을 넘볼 정도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P구단은 프로에 선수를 꾸준히 배출하고 있고 최근에도 선수 한 명이 육성 신분으로 프로에 입단했다. 열심히 운동만 한 선수는 죄가 없는데 나쁜 어른들로 인해 피해만 보고 있다. et16@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