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사기꾼들 신조 고 지음,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펴냄, 1만6800원 |
표적은 아내와 사별하고 실버타운에서 혼자 사는 78세 남성 시마자키 겐이치였다. 이 남자의 신분을 위조한 대역은 고토. 70대에도 빚을 갚기 위해 지하주차장에서 일하는 고토에게 양손 손가락에 매니큐어를 발라 지문을 숨기고 손바닥에는 초극박 인공 필름을 붙였다. 신분증부터 도장과 물건 열쇠까지 전부 위조품이었다.
스파클링 플래닝이라는 회사에 모인 8명은 명함 교환을 끝내고 거래에 나섰다. 에비스역에 가까운 1등지 343㎡ 토지를 7억엔에 살 수 있게 된 원룸아파트 개발 회사는 이 사기의 실체도 모른 채 군침을 흘린다. 계약이 성사되자마자 사기꾼 일행은 바람처럼 사라져 고급 바에서 파티를 즐긴다.
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악덕 부동산 업계를 묘사한 데뷔작으로 스바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신조 고의 신작 소설이 출간됐다. 신작에서는 타인의 부동산을 이용해 돈을 가로채는 사기꾼 집단, 이른바 '지면사(地面師)'들의 조직적인 범행을 끈질기게 취재해 탄탄한 사실성으로 무장한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을 완성했다. 이 소설은 2017년 일어난 세키스이하우스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작가는 현장을 끈질기게 취재해 이들의 범행을 소설로 되살려냈다.
주인공은 불의의 화재 사고를 당해 가족을 잃고 되는 대로 살아가던 다쿠미다. 그의 앞에 거물급 지면사 해리슨이 나타난다. 각종 부동산 거래 법령은 물론 자치제 조례에도 정통하고 형사소송법 조문과 판례를 술술 암송할 정도로 박식한 해리슨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다쿠미의 재능을 알아보고 지면사로서 요구되는 기술을 가르쳐주며 자신의 조직에 합류시킨다.
부동산 사기 계획을 지휘하는 지면사, 정보를 수집하고 타깃을 물색하는 도면사, 소유자를 사칭할 배우를 고르고 교육시키는 수배사, 서류와 인감을 만드는 위조범과 돈을 세탁하는 전문가까지 합류한 사기집단은 범죄영화 '오션스11'을 연상시킨다.
점점 대담해지는 일행은 여승(女僧)의 100억엔짜리 사찰을 파는 사기에 도전하면서 집요하게 이들을 뒤쫓는 다쓰 형사와 맞대결을 하게 된다. 올해 넷플릭스에서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오네 히토시 감독이 드라마를 만들어 방영할 예정이다.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