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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단독] "조용히 와달라"던 공수처, 박 대령에 출석 요청 뒤 돌연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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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3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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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에게 지난 5일 출석해달라고 요청했다가 돌연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석 요청 시점상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과 대질신문을 계획했다가 무산됐을 가능성이 크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가 박 대령에게 출석을 요구한 날은 김 사령관의 1차 조사(4일)가 이뤄진 이튿날이다. 김 사령관은 지난 4일 공수처에 출석해 약 14시간가량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는 이튿날 김 사령관을 재차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김 사령관의 2차 조사일로 염두에 둔 날짜에 맞춰 박 대령에게 출석을 요청한 건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의 당사자인 둘을 대질 신문하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수처는 지난 5일 오전 출석 요청을 취소하며 박 대령에게 “일정이 변경됐다. 오늘 오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그 사유를 설명했다. 박 대령을 부른 이유가 단순한 소환 조사가 아닌 또 다른 조사 일정과 연동된 ‘협조 요청’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앙일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4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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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령관과 박 대령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첫 단추이자 진술이 엇갈리는 핵심 쟁점인 ‘윤 대통령 격노설’의 양 당사자다. 지난해 7월 31일 오전 11시쯤 열린 외교·안보 분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질책했다는 내용이다.

그 회의 이후 박 대령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윤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주장해 왔지만, 김 사령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지난 2월 1일, 박 대령 항명 사건 중앙군사법원 재판)며 격노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공수처가 박 대령에게 출석을 요구하면서 “변호인 없이 조용히 와 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박 대령은 사건의 주요 당사자임에도 ‘변호인 없는 은밀한 출석’을 요청한 것 자체가 진술이 엇갈리는 윤 대통령 격노설 등을 확인하려 했을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 측과 재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1차 조사에서 200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했으나 다 묻지 못한 데다 사건의 윤 대통령 격노설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서다. 김 사령관은 4‧10 총선 이튿날 내부 전산망을 통해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하다”는 지휘서신을 남겼다. 또 지난달 국방부에 사의를 표명했으나 국방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채 상병 특검법 본회의 처리 전후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연이어 소환하고 있다. 김 사령관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도 소환할 계획이다.

공수처가 해병대와 국방부를 거쳐 대통령실로 수사 외압 의혹의 조사 범위를 확대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공수처에는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 다수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된 상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은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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