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9일 발간한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온과 강수량 충격은 1~2개월 정도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근원물가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해 여파로 과일과 채소 공급이 급감하면서 최근 가격이 치솟아 물가를 자극했지만 기조적인 물가 흐름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기온이 과거 추세 대비 10도 오르거나 내려가는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4%포인트 상승한다. 강수량이 과거 추세와 비교해 100㎜ 늘거나 감소하는 경우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07%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일을 비롯한 신선식품 가격은 평균 기온이 추세 대비 10도 상승하는 경우 최대 0.42%포인트 올랐다. 평균 강수량이 추세보다 100㎜ 증가하면 최대 0.93%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기온과 강수량 충격 모두 1∼2개월간만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근원물가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물가가 근원물가와 차이가 나더라도 그 차이는 1년 후에는 3분의 2 수준으로, 2년 후에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를 따라가는 경향성은 미약했다. 이 연구위원은 "일시적인 신선식품 가격 변동에 통화정책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KDI는 지난 2일에도 통화정책 효과가 내수에 파급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이를 고려해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KDI가 잇달아 통화정책을 언급한 것은 한은이 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 구조개혁 싱크탱크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정책 제안을 해온 것에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 연구위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농산물 수입 확대와 같이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등의 구조적 방안과 품종 개량 등을 통한 기후 적응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일부 신선식품은 재배면적이 줄어 공급처가 급감할 위기에 처했다. 통계청이 노지 과수 재배면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국의 사과 재배면적은 최근 30년(1993~2023년) 사이 5만2297㏊에서 3만3789㏊로 35.4% 줄었다.
[이희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