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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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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과 기독교 뿌리 같은데… 종교화합, 지도층 노력에 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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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를 위한 변명’ 출간한

가톨릭 신자 서강대 박현도 교수

“이슬람교 근본정신은 약자 보호

테러집단 보고 전체 평가 말아야”

동아일보

7∼8일(현지 시간) 열리는 카타르 정부 주최 ‘제15회 종교 간 대화 포럼’에 참석 중인 박현도 교수는 “알카에다 등 일부 테러 집단의 모습이 마치 무슬림 전체의 모습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이슬람의 근본 정신은 약자 보호”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 뒤로 보이는 사원은 카타르 수도 도하에 있는 알파나르 모스크. 박현도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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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이슬람교도)이 가장 많이 쓰는 말 중 하나가 아브라함 칠드런(Abraham’s Children)입니다. 기독교, 유대교처럼 아브라함을 신앙의 시조로 보지요.”

동아일보

최근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사진)을 출간한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박현도 교수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에 종교적 화합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먼저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고려대에서 만난 박 교수는 “신앙의 뿌리가 같기에 당장 대중까지는 어렵지만, 식자층이라면 노력 여하에 따라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뿌리가 같지만 다툼이 계속됩니다.

“이슬람에서는 하나님, 아담, 아브라함, 모세, 예수를 다 인정해요. 뿌리가 같은 거죠. 그래서 기독교와 유대교를 부인하면 이슬람은 성립할 수가 없어요. 단지 이슬람에서는 무함마드를 하나님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예수 다음으로 보낸 존재로 봅니다. 이 부분이 기독교 입장에서는 불편하지요. 무함마드를 예수와 동격으로 놓으니까요.”

―잘 모르는 사람은 ‘알라(Allah)’와 하나님이 다른 것으로 아는데요.

“알라는 ‘알일라(Al-Ilah)’의 축약형인데, ‘알’은 정관사고 ‘일라’는 신이라는 뜻이지요. ‘알일라’가 부르기 편하게 ‘알라’로 변한 거지요. ‘알라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신을 ‘알라’라고 부르는 것뿐입니다. 기독교, 유대교의 하나님이 이슬람에서는 알라인 거죠.”

―신을 믿는다면서 알카에다나 탈레반은 왜 그렇게 폭력적인 겁니까.

“알카에다, 탈레반,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은 이슬람법이 지배하는 이슬람 국가건설을 목표로 합니다. 알카에다가 9·11테러를 자행한 것도 그걸 방해하는 세력이 미국이라고 믿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말 어이없는 게 그렇게 이슬람법을 중시한다는 이들이 제대로 된 이슬람법을 교육받은 적이 없어요. 가르치질 않거든요. 그러니 제멋대로 해석해서 행동하는 거지요. 근본주의자들은 초기 이슬람 공동체를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보는데, 그래서 IS는 축구 경기 시청을 금지했어요. 초기 이슬람 공동체에서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요. 어이가 없지 않습니까?”

―국내에서도 최근 한 유튜버가 인천에 이슬람사원을 짓겠다고 해 지역사회에서 갈등이 벌어졌더군요.

“요즘 우리나라에 유튜브 무슬림들이 늘고 있어요.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슬람교를 가지고 일종의 비즈니스를 하는 것 같은데…. 사람들이 다 보는 길거리에서 예배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면 신기하니까 화제가 되잖아요? 사원 건립도 결국 무산됐지만 그런 차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정한 신앙이라면 그런 식으로 하겠습니까?”

―2018년 예멘 난민 신청자 500여 명이 제주도에 입국했을 때 우리 사회에 이슬람에 대한 괴담이 난무했습니다만….

“당시 ‘이슬람교의 13교리’라는 글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공포감을 조성했어요. ‘사춘기를 시작 안 한 여자아이를 강간, 결혼해도 된다’라는 식의 13가지 교리가 꾸란에 있다는 거지요. 이들이 국내에 정착하면 그 가르침을 그대로 실행할 거라며…. 꾸란에 그런 말 없습니다. 외국의 이슬람 혐오주의자들이 만든 문건을 반이슬람 정서에 기대어 입국을 반대하기 위해 퍼뜨린 것 같아요.”

―혹시 종교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전 가톨릭 신자예요. 신부가 되려고 한 적도 있고요. 오해와 편견은 대상을 잘 모르는 데서 시작됩니다. 이슬람교의 근본정신이 약자 보호거든요. 일부 극단주의자들의 모습으로 무슬림 전체를 평가하지 않았으면 하지요.”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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