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부족·수장공백은 '걸림돌'
법조계 "3개월 내 결론낼지 의문"
여권이 조건부 특검 수용을 제안하면서 '채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을 수사중인 공수처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지난 6일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 부대표는 "공수처 수사를 3개월 지켜보고, 그때 (제대로) 못하면 특검을 하자"고 야당측에 공개제안했다. 야권이 여당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공수처 입장에선 수사에 속도를 더 붙여야 하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현재 추세로는 3개월 후에도 수사를 마무리짓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공수처, "일정대로 수사"
7일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 출범 여부에 따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소환 여부가 달라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검이 시행됐을 때 어떻게 되는지 이런 부분보다는, 수사팀의 일정과 관련자 소환 조율 순서에 따라 그런 것에 관계 없이 일정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특검 논의와 무관하게 필요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공수처는 최근 특검 추진을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 핵심 피의자를 연달아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을 재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 등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신범철 전 국방부차관과 이종섭 전 장관 등을 소환해 조사를 진행할 전망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마무리 시기를 묻는 질문에 "특별히 기한을 정한 것은 아니다"며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어려운 여건이지만 최대한 저희가 할 수 있는 속도로 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법조계, "3개월 내 '정점' 수사는 무리"
법조계는 공수처가 3개월 내에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현재 핵심 피의자들을 소환조사한 상황 등을 비춰볼 때 최대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 연결고리를 3개월 내에 규명해내기엔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다.
본회의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의 제안이유에 '대통령실과 국방부 수뇌부 등의 수사왜곡' 등 의혹이 적시돼있다는 점에서 일부분 수사 결론을 내리더라도 특검 추진을 막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장 공백'도 공수처 수사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 공수처장 임명이 마무리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6월부터 새로운 처장이 들어선다 해도 차장 인선 등 본래 역할을 하기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직권남용 관련 수사는 유죄를 받기 어려운 혐의인데 인력부족에 수장 공백까지 겪고 있는 공수처가 3개월 내에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 전 장관을 기소하더라도 대통령실에 대한 결론을 못내놓는 이상 특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야권은 최근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 처리하며 5월에 임기를 마치는 21대 국회에서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달 28일 본회의를 열어 특검법을 다시 처리할 방침이다. 만약 야권이 재의결에 성공해 특검법이 통과된다는 가정 하에 현재부터 특검 임명까지 2달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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