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큼 삼보일배·4대강 오체투지…평화·생명 사회활동하다 은둔
수행자로서 체험한 ‘기도’ 이야기 “기도란 삶을 변화시키려는 태도”
2010년 5월 서울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4대강 생명 살리기를 위한 참회정진 기도를 하던 수경 스님이 기도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윤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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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수경 스님의 행보에는 늘상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수행자이자 불교계의 대표적인 사회운동가였던 스님은 새만금 살리기를 위한 삼보일배, 한반도 대운하 백지화를 위한 오체투지(머리와 두 팔, 두 다리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을 땅에 붙이고 절을 하며 전진하는 것)에 나서며 길바닥을 법당 삼아 평화와 생명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2010년 스님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연히 떠났다. 불교환경연대 대표, 화계사 주지라는 직함은 물론이고 조계종 승적까지 반납했다.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던 문수 스님의 소신 공양이 결정적 계기였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이름을 바꿔 지속했다.
14년간 공개적인 활동도, 대중적 목소리도 내지 않았던 수경 스님이 책 <기도>(엘도브)를 출간했다. 140쪽 남짓한 책에는 그간 수행자로서의 삶에서 체험한 기도 이야기가 주로 수록되어 있다. 스님이 책을 냈다는 것은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의아하기도 하다. 세상을 향해 입을 닫아온 스님이 어떻게 이번 책을 낼 결심을 하게 됐을까. 출판사 엘도브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스님은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봉사단체 ‘세상과 함께’ 회원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계셨어요. 그분들에게 공양하는 차원에서 작은 책을 만들어 선물할까 하는 구상을 하셨는데 스님의 이런 뜻을 알게 된 지인들이 적극적으로 설득했죠. 기왕 만든다면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으면 더 좋지 않겠냐고요. 스님은 ‘이런 얘기가 세상에 무슨 소용이 되겠느냐’고 꽤 망설이셨으나 결국 허락해 주셨지요.”
수경스님의 신간 <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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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스님은 책을 통해 왜 기도해야 하는지, 왜 기도가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기도는 삶의 태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하게 주장하거나 빈틈없는 논리를 설파하지 않는다. 따뜻하고 부드럽게 건네는 스님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공감하고 위안을 얻게 된다.
“세상사를 보면 많은 사람이 하는 일마다 안 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갖춰 놓고는 무조건 잘 되기만을 빕니다. 기도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잘못된 조건을 변화시키는 것이 기도입니다.”(46쪽)
충남 청양 출신인 스님은 1967년 수덕사로 출가해 30년 이상 선방에서 참선수행한 선승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실속에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해 온 스님에게 2000년 불거졌던 ‘지리산 댐’ 문제는 환경운동에 투신하는 계기가 됐다. 2003년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는 65일동안 322㎞, 2008년 한반도 대운하 백지화를 위한 오체투지는 124일동안 350㎞ 이어졌다. 이번에 출간된 책에는 오체투지를 할 때의 심경을 밝힌 글도 실려 있다.
“사람의 사람다움은 이웃과 자연을 내 몸처럼 여기고 부처님으로 공경하는데서 찾아야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렵습니다. 이치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옳은 줄 알지만 기꺼이 실천하기가 어려우니 실로 어렵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참회’와 ‘기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리하여 나의 ‘오체투지’는 참회와 기도입니다.”(118쪽)
2003년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에 나선 수경스님(오른쪽)과 문규현 신부 |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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