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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 폭포 앞 커피 한잔, 억대 장학금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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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청 ‘카페 폭포’

1년 만에 20만잔… 60명에게 총 1억 전달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카페 폭포’에서 장학금 수여식이 열렸다. 서대문구가 지난 1년간 이 카페를 운영해 번 돈으로 지역 대학생과 중고생 60명에게 장학금 총 1억원을 전달하는 행사였다. 대학생 20명에게는 300만원씩, 중고생 40명에겐 100만원씩 전달했다. 뇌혈관 질환을 앓는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대학생 A씨,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는 B군 등은 모두 “꿈을 이어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성헌 구청장은 “장학금은 카페를 찾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주신 것”이라며 “1년 전 문을 연 동네 작은 카페가 명소가 되고, 힘겨운 학생들에게 장학금까지 주게 되니 기적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오는 10월에도 장학금 1억원을 나눠줄 계획이다.

이 카페는 작년 4월 서대문구 홍제천 홍제폭포 맞은편에 2300㎡(약 700평) 규모로 문을 열었다. 원래 공영 주차장이던 자리에 카페를 만들었다. 카페에 앉아 차를 즐기면서 높이 26m, 폭 60m 규모의 인공 폭포인 홍제폭포를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변을 개발하는 ‘한강 르네상스 2.0′에 이어 홍제천과 도림천, 불광천 등 지천(支川)에도 시민 휴식 명소를 만들겠다며 시작한 ‘지천 르네상스’ 1호 사업이다.

원래 하천가에는 카페나 식당을 운영할 수 없었는데, 식품위생법이 개정되면서 길이 열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카페 폭포는 규제 완화 이후 서울에 처음 생긴 노천 카페”라면서 “규제 완화와 지자체의 아이디어가 맞물려 새로운 지역 상생 모델이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 운영은 서대문구가 직접 나섰다. 홍제폭포가 있긴 했지만 알려진 명소가 아니다 보니 사업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대문구가 지역 청년들을 바리스타 등으로 채용하는 ‘청년 일자리 사업’으로 시작했다. “지역 상권을 죽인다”는 인근 식당, 카페 주인들의 민원이 많아 커피 한 잔 가격도 구청 직영 카페치고는 비싼 4000~5000원으로 정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폭포멍(폭포의 물줄기를 바라보며 멍하게 쉬는 것)’에 빠질 수 있는 명소로 입소문이 났다. 조회 수 10만회가 넘는 영상만 29개에 이른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요즘에는 홍대입구와 함께 외국인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 코스가 됐다”며 “카페 방문객 3명 중 1명은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했다. 작년 8월 카페 근처에 황톳길을 만든 것도 시너지를 냈다. 코로나 이후 ‘황톳길 걷기’ 바람이 불면서 카페는 황톳길을 찾은 주민들의 사랑방이 됐다고 한다. 관광객과 주민들이 몰려들자 서대문구는 카페 옆에 있던 제설 장비 기지와 폐기물 집하장을 이전하고 광장과 주차장을 만들었다. 이곳에선 수시로 공연 등 행사가 열린다. 카페 한편에는 음악을 감상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북 카페도 추가로 만들었다.

또 하나 숨은 인기 비결은 샌드위치다. 서대문구는 경영난으로 폐업한 이화여대 앞 유명 샌드위치 가게 ‘빵낀과(빵과 빵 사이에 낀 과일)’를 지난해 직접 인수해 운영 중이다. 빵낀과는 1997년부터 이대 앞 골목을 지킨 유명 샌드위치 가게다. 코로나 등 여파로 작년 6월 폐업했다. 당시 이대 졸업생들이 찾아와 폐업을 말리기도 했다.

서대문구는 이 가게 샌드위치를 ‘카페 폭포’에서도 판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특히 좋아해 하루 60~70개씩 팔린다”며 “양쪽 모두 이득”이라고 했다.

지난 1년 동안 ‘카페 폭포’의 매출은 10억원, 방문객은 30만명을 넘었다. 서대문구는 “커피는 20만잔 이상 팔았다”고 했다. “수익을 내면 청년들 장학금을 주자”는 아이디어는 이성헌 구청장이 냈다고 한다. 지난 3월 관련 조례도 구의회를 통과했다.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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