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과 K팝이 득세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록은 젊음과 동떨어진 단어였다. 상황이 바뀐 건 팬데믹 이후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대면 공연이 허가되면서부터다. 공연과 페스티벌 업계가 기적적으로 되살아났다.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2022년 팬데믹 기간 중단했던 대면 공연을 재개하자마자 역대 최다 관객 수인 13만명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그보다 많은 15만명을 수용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연스레 큰 무대에 적합한 밴드 수요가 급증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실력을 뽐낸 실리카겔, 새소년, 터치드 같은 팀이 젊은 층을 유입시키며 밴드 유행의 물꼬를 텄다. 이들을 우연히 얻어 걸린 ‘반짝 성공’으로 규정해선 안 된다. ‘밴드 붐은 온다’는 희망을 품고 포기하지 않은 뮤지션과 팬덤의 노력이 함께 빛을 발한 것이다.
최근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 록은 주류에 진입하는 분기점을 맞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JYP 소속 데뷔 10년 차 보이밴드 데이식스는 과거 발표한 ‘예뻤어’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역주행하며 뒤늦은 전성기를 맞고 있다.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결성되었다는 이유로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4인조 걸밴드 QWER은 속도감 있고 경쾌한 록 사운드의 신곡 ‘고민 중독’으로 여러 차트 상위권에 진입 중이다.
비주류에서 주류로 향하는 역전극은 늘 그렇듯 짜릿하다. 그러니까 무엇이 됐든 ‘그래도 붐은 온다’고 한번 되뇌어 보자. 주술이 아니라, 낙담하며 포기하기보다 염원을 갖고 노력하는 것이 더 희망을 걸어볼 만하니까.
[장준환 대중음악웹진 ‘IZM’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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