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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물가와 GDP

할인효과 끝나자 비싸진 사과·배…'2%대 물가' 체감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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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근 사과 등 과일 가격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 3일 대전의 한 농산물도매시장 과일 코너에 사과와 배, 참외 등 각종 과일이 진열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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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할인 지원에 힘입어 주춤했던 사과·배 등 과일 물가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9% 상승하면서 3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농산물 가격은 2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 중에서도 사과와 배는 각각 80.8%, 102.9% 오르는 등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 기준으로도 과일 가격은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aT는 통계청과 달리 정부 할인 지원, 업체 자체 할인 등을 반영한 가격을 기준으로 조사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실제 만나는 가격표와 가장 가깝다. 정부도 “통계청 조사는 특성상 정부 할인지원 금액이 반영되지 않는다”며 aT 조사를 더 강조하고 있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aT에 따르면 사과(후지·상품) 10개 소매가는 3일 기준 2만6851원으로, 전월 대비 9% 상승했다. 전년 대비로는 12.5% 올랐다. 배(신고·상품) 10개 소매가는 3일 기준 4만9516원으로, 5만원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전월 대비 13.8%, 전년 대비로는 무려 79.8%나 급등했다. aT 조사에서 배 소매가가 5만원을 넘은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이외에 방울토마토(42.2%) 참외(35.6%), 토마토(12.6%), 멜론(16.8%), 수박(19.2%) 등 대부분 과일이 aT 기준으로 1년 전보다 크게 올랐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높은 농산물 물가로 인해 체감 물가도 그대로인 것이다. 다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직수입 물량을 확대한 바나나(-21.8%), 망고(-17.4%), 오렌지(-7.2%) 등은 전년비로 내렸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이는 정부가 예산 200억원 이상을 투입한 할인 정책이 단기적인 효과에 그친 탓이다. 실제 올해 중 사과·배 소매가가 가장 낮았던 시기는 정부 지원이 한창이던 3월 중순이다. 사과 소매가는 지난 3월 19일에 2만3725원(aT 기준)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4월 말에 2만6000원선으로 다시 올라왔다. 이후 지난 2일 기준 2만7669원까지 치솟았다. 배 소매가도 3월 21일에 3만5941원까지 내려갔지만, 4월 이후 4만원대가 유지되고 있다.

기후변화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과일 가격 쇼크는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사과·배 물가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인 ‘공급 부족’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정책만으론 가격 안정이 쉽지 않다. 당초 수입이 금지된 사과·배를 해외에서 들여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정부는 병해충 문제를 이유로 검역 절차를 단기간에 앞당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햇과일이 나오는 오는 7~8월까진 높은 가격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산물 소매가를 높이는 요인엔 복잡한 유통 구조도 있다. 이에 정부는 도매법인 간 경쟁을 촉진시켜 공공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무포장(벌크) 유통을 늘리고 불공정 거래를 점검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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