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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VIP 격노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소환…“말하지 못하는 고뇌” 진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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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해병대 소속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수사 외압 의혹의 피의자인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중장)을 4일 소환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 직무대리에 이은 세 번째 피의자 소환조사로 수사 외압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공수처 수사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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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공판 출석 전 입장을 밝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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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령관은 이날 오전 10시쯤 공수처에 출석했다. '(채상병 조사기록) 이첩 보류 지시가 대통령실 뜻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7월 31일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에게 “브이아이피(VIP)가 격노했다”고 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기록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의 지휘관에게 채 상병 사망의 책임(과실치사)을 묻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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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삼정검에 수치를 달아주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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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단장은 ‘VIP 격노’에 대해 과실치사 적용 혐의자 명단에서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실제 지난해 8월 2일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수사단의 기록이 경북경찰청에 이첩된 지 약 7시간 만에 이를 회수했다.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는 재조사를 거쳐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과실치사 혐의자를 대대장 2명으로 축소한 새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전 단장 측이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로 대통령실·국방부의 수사 외압이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반면 김 사령관은 VIP 격노설을 부인해 왔다. 지난해 2월 1일 서울 용산구 중앙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전 단장 항명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VIP가 격노했다는 말을 박 전 단장에게 전달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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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전반기 장성급 장교 인사를 통해 유임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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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령관은 마무리 발언에선 박 전 단장을 향해 “자의적인 법 해석과 본인이 옳다고 믿는 편향적 가치를 내세웠다”라고도 했다.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 사단장을 포함한 8명의 지휘관을 혐의자로 특정하고, 기록을 경찰로 넘기는 과정에서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긴 데 대한 비판으로 풀이됐다.

VIP 격노설은 양 당사자 간 진술이 엇갈린단 점에서 아직 실체가 분명치 않지만, 수사외압 여부를 추적하기 위한 첫 단추란 점에서 정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이날 소환된 김 사령관을 상대로 VIP 격노설의 실체와 박 전 단장 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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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령관이 4.10 총선 이튿날 내부 전산망을 통해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하다”는 지휘서신을 남긴 것 역시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군 안팎에선 ‘말하지 못하는 고뇌’란 표현을 놓고 김 사령관이 수사외압 의혹을 해소할 핵심 단서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김 사령관은 해당 지휘서신을 내린 지 2주 만인 지난달 25일 유임이 결정됐다. 국방부가 이날 발표한 전반기 장성급 장교 인사 대상자에 김 사령관은 포함되지 않았다. 공수처가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고, 야권에서 채 상병 특검법 통과를 벼르는 상황에서 김 사령관을 유임시킨 건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정면돌파 의지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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