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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 돌봄 예산 ‘싹둑’···서사원 없어지면 노인들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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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돌봄 책임지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국민의힘 주도로 11월부터 시 출연금 끊겨

경향신문

권모씨(82·왼쪽)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서울사회서비스원 요양보호사의 부축을 받고 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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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권모씨(82)는 지난해 11월 외출하다 집 앞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이 사고로 그는 고관절에 쇠를 박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지금은 간신히 일어나긴 하지만 다리가 덜덜 떨리고 계단을 내려가질 못해요.” 권씨가 침대에서 힘들게 일어서면서 말했다. 화장실을 갈 때도 부축이 필요한 그는 지난달부터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서사원)의 ‘돌봄SOS’ 서비스 지원을 받고 있다.

서사원 요양보호사가 평일 오후 3시간씩 방문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야 살 것 같다”고 했다. 요양보호사는 청소·빨래·요리·식사·이동을 도왔고 그는 잃었던 체중을 회복하고 있다.

권씨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사원은 오는 11월부터 서울시 출연금이 끊겨 해산될 처지다. 서울시의회가 국민의힘 주도로 발의된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지난달 26일 통과시키면서다. 서사원은 요구했던 지난해 출연금 예산 168억원 가운데 100억원이 시의회에서 삭감되면서 축소운영되던 터였다. 권씨는 “서사원을 없앤다던데, 혼자 움직이지 못하는 노인은 죽으라는 거냐”며 “고령사회에 나같은 노인들이 더 많아질 텐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공 돌봄기관 서사원이 없어지면


우리나라의 돌봄서비스는 90% 이상 민간에서 제공된다. 서사원은 돌봄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고 박원순 시장 재임기인 2019년 설립됐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월급제로 운영되는 기관의 임금 체계 등이 ‘인건비가 많이 들고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고 비판해 왔다. 경영 효율성을 위해 지난해 종합재가센터 12곳이 모두돌봄센터 4곳으로 통폐합되기도 했다. 출범 5년을 맞아 출연금 삭감과 기관 통폐합을 견뎌온 서울시의 공적 돌봄기관 서사원은 폐지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해산을 막을 제도적 버팀목이 사실상 모두 사라진 상태다.

현장 요양보호사와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인 서사원만이 맡을 수 있는 돌봄 사각지대가 존재하는데도 시의회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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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월 돌봄 서비스에 나간 요양보호사 최모씨(61)가 온몸을 싸맨 방호복 차림으로 사진을 찍었다. 최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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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초기 서사원 요양보호사들은 돌봄이 필요한 코로나19 확진자들을 돌봤다. 민간기관에서도 기관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서울의 한 모두돌봄센터 센터장 A씨는 “2020년 초만 해도 방호구가 제대로 없어서 직원들이 비닐 앞치마 하나에 마스크를 끼고 일했다”며 “코로나에 걸리는 것을 기피하던 때라 감염 위험군 이용자들을 따로 숙소에 모시고 돌봤다. 예산과 인력이 드는 문제라 민간에서는 그런 대응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지원을 나갔던 최모씨(61)는 “코로나 걸리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벌벌 떨면서도 들어갔었다”며 “방호복을 벗을 수도 없어서 요의를 참아가며 책임감 하나로 일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다시 팬데믹 등 국가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 공공돌봄기관이 없으면 서울시가 어떻게 대처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서사원이 민간기관에서 잘 맡지 않으려 하는 까다로운 이용자를 맡거나,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고 여러 명의 복지사를 파견하는 것이 가능한 기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설명절을 앞둔 지난 2월 뇌졸중으로 거동이 어려운 70대 노인을 보호자들이 방치해 지자체로부터 돌봄 SOS 신청이 들어온 일이 있었다. 서사원은 설날 연휴 내내 인력을 투입했다. A씨는 “시장논리로만 보자면 연휴에 갑자기 인력을 투입할 유인이 없다”며 “서사원에는 요양보호사를 필요한 가구에 긴급 배정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었기에 지원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의회를 통과한 서사원 폐지 조례안을 이송받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기존 이용자·노동자의 민간단체 이양 방안까지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660여명 중 60여명은 민간단체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보여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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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서울시 복지정책팀(2024년 2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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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원을 폐지키로 한 시의회 결정은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성급하게 이뤄진 것이란 비판을 받는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 돌봄서비스를 해보자고 출범한 지 5년인데 이용자 권리나 서비스 개선 등의 정착을 기다리지 않고 수익성을 이유로 싹을 잘라버리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전 정부에서 한 건 다 없애버리자는 이분법적 접근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사원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서사원 폐지조례안에 대한 재의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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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원들이 3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저출생 시대 아동돌봄 제공하던 서사원 조례 폐지 규탄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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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서울시의회 학생 인권·공공 돌봄 역주행, 온당치 않다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404261655001



☞ [공공돌봄 어디로 가나]1% 불과한 노인 공공돌봄…민간 주도가 만든 부조리의 연쇄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1081418001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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