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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물가와 GDP

물가 2%대로 내렸지만... 배 역대 최대 상승, 유가 불안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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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9%'
1년 전 대비 사과 80.8%·배 102.9%↑
석유류 1.3%… 상승 전환 후 두 달째
한국일보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지난달 배가 진열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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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3% 아래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배 가격이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과일·채소 가격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고, 유가도 두 달째 오르는 양상이라 향후 물가를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2.9% 올랐다. 전월에 비해 0.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 3%대 상승률을 나타냈던 물가는 1월 2.8%로 잠시 떨어졌다가 2월 3.1%로 다시 올라 두 달째 머물렀다.

정부의 1,500억 원 긴급 가격안정자금 투입 등 영향으로 농축수산물 오름폭이 둔화한 것이 물가 하락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신선식품 가격은 전월 대비 3.7% 떨어졌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는 19.1% 오른 수치고, 채소와 과일은 상승폭이 줄었어도 12.9%, 38.7% 증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배는 전년 동월 대비 102.9% 뛰며 1975년 1월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사과(80.8%)는 전월(88.2%)에 비해 다소 낮아졌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증가 추세가 깨졌다고 보긴 어렵다. 토마토(39%), 배추(32.1%) 등 채소 역시 덩달아 올라 밥상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수급 불안 해소까진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사과, 배 등은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워낙 저장량, 출하량이 적어 한동안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월 이후 사과, 배 공급 전까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할당관세, 비축물량 방출, 할인 지원 등 대응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일보

서울 한 주유소에 지난달 21일 휘발유·경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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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도 물가를 위협하는 요소다. 올 초까지 하락세던 석유류는 3월(1.2%) 14개월 만에 상승 전환,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1.3%로 오름폭이 확대됐다. 이란-이스라엘 충돌 등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 탓이다. 황경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석유류가 당초 예측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서도 "변동성이 커 여전한 불안 요인"이라고 밝혔다.

변동성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3% 오른 반면, 가계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로 구성된 생활물가는 3.5%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월에 비해 각 01.%포인트, 0.3%포인트 둔화한 양상이나 상승률 차이가 크다. 체감 물가와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정부는 농산물, 석유류 등 공급 요인이 해소돼야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 간 괴리가 좁혀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지난달 물가 둔화 정도는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향후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둔화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에 따른 유가 추이, 농산물 가격 강세 지속기간 등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다.


세종=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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